[Exhibition]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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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연희정음’에서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한국 현대 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만남, 그리고 동시대 작가 — 김용관, 마누엘 부고, 박종선 — 의 시선과 감각으로 다시 써 내려가는 건축과 공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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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르 코르뷔지에 × 김중업 건축사진전

연희정음 : 2025년 11월 6일~2026년 2월 28일

주한프랑스대사관 : 2025년 11월 7일~2026년 3월

*연희정음, 주한프랑스대사관 동시 진행


이번 전시는 오래된 주택이자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연희정음’의 첫 전시입니다.

개관전은 김중업이 1952~1956년 파리에서 르 코르뷔지에 아틀리에에 머물며 보낸 시기의 기록을 토대로, 두 건축가가 공유했던 ‘인간의 삶을 위한 건축’, ‘빛과 형태의 조화’를 오늘의 김중업 주택 안에서 재해석합니다. 이는 한불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한국과 프랑스, 과거와 현재, 기록과 창조가 교차하는 상징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시간이 흐르며 원형이 거의 남지 않을 만큼 손상된 건축물들, 현대 모습을 기록한 사진 또한 극히 드물고 준공 직후 촬영된 몇 장의 흑백 사진만이 남아 있을 뿐인 그의 건축을 다시 기록하고 그 흔적을 되짚어보려는 시도에서 이 전시는 출발했습니다.

‘태양의 집’과 ‘서산부인과’는 상업 시설의 개입으로 훼손이 크게 진행된 김중업의 건물들로 ‘연희정음’은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중요한 계기로 이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6년 준공 이후 한 번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김중업의 또 다른 대표작 ‘진해 해군 공관’을 58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합니다. 군사 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랫동안 보안속에서 관리되어 온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오늘날 남아 있는 김중업의 작품 중 가장 온전한 형태를 간직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군사 보안으로 인해 일반 출입은 물론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잡지 기사 속 사진 몇 장만이 준공 당시의 유일한 기록으로 남아있던 ‘진해 해군 공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촬영이 허용되었고 건축사진작가 김용관의 작업으로 처음 공개됩니다. 

‘연희정음’에서 이 작품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연희동은 본래 세종대왕이 ‘즐거움이 넘치기를’ 바라는 뜻으로 연희궁을 지었던 터로, ‘연희’라는 지명은 세종이 왕실의 평안을 기원하며 붙인 이름으로 전해집니다. 

1988년, ‘바로 바른 소리로 고쳐준다’는 뜻을 지닌 이름의 ‘연희정음(正音)’은 연희동 골목의 ‘정음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음사’는 라디오를 수리하고 음악을 들으며 담소를 나누던 사랑방이었어요. 이곳의 기억은 이후 ‘정음전자’를 거쳐, 2019년 손으로 고치고 만드는 행위를 매개로 한 편집형 워크숍 공간 ‘정음철물’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연희정음(正音)’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장성웅 주택’,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31’을 리뉴얼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엽니다. 이곳은 약 30년간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2010년대를 거치며 지하 일부 증축과 함께 1~3층이 한때 카페와 주점 등 상업적 용도로 활용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훼손과 변형 등 수난의 시간을 겪기도 했지요. 

따라서 김중업이 설계한 주택 자체가 전시장이자 하나의 작품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는 건축 사진가 김용관의 작품 사진과 마누엘 부고의 작업, 영화 〈기생충〉의 가구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가구 디자이너 박종선 작가의 가구가 함께 놓여 있습니다.

김용관은 김중업의 작품을 다시 기록하며 한때 사라졌거나 변형된 건축의 흔적을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 

마누엘 부고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찬디가르> 시리즈를 비롯한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작업을 오랜 세월 기록했습니다. 찬디가르는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의 사무실에서 도면을 그리고 작업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그의 사진은 두 건축가의 협업 현장을 현재의 이미지로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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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건축가 김중업(金重業, 1922–1988)은 한국 현대건축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한국 최초의 세계적 근대건축가로 평가받습니다.

김중업은 평양에서 태어나 비교적 평탄하고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특히 어머니가 지닌 한국적 멋과 미감은 그의 건축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돌무덤에 매료되었던 그는 한국적 미감을 근대적 건축 언어로 번역해낸 건축가였습니다.

 

김중업이 지닌 낭만성은 보들레르와 랭보에 심취해 난해한 시를 쓰고, 야수파적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그가 지닌 예술성은 미술이나 문학이 아닌, 건축을 통해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것이죠. 김중업은 평양 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요코하마 관립 고등 보통학교에 입학하며 건축을 처음 접합니다. 당시 김중업을 가르친 건축과 교수 나카무라 준페이는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 출신으로, 김중업에게 서양 고전건축을 가르치며 비례와 조화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중업의 건축은 르 코르뷔지에의 ‘돔-이노(Dom-Ino)’ 시스템을 기본으로 전개되며, 그의 건축 구조 형식은 크게 서양 고전 건축, 르 코르뷔지에의 돔-이노, 그리고 ‘돌출 구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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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주한프랑스대사관 Ⓒ김용관,  박종선 Trans rocking01


대부분의 김중업 건축 세계에 대한 논의에서 주한 프랑스 대사관(1962)은 중요한 기점으로 평가됩니다. 

이 건물은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국적 정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김중업 건축의 전환점으로 여겨집니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구조를 명확히 드러내며 조형적 미학을 추구한 김중업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는 1952년 9월, 유네스코가 주최한 베네치아 국제예술가회의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김중업은 파리의 르 코르뷔지에 사무소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는 이곳에서 약 3년 6개월간 문하 생활을 하며 수학했고, 이 경험은 그의 건축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합리성과 기능을 중시하는 근대건축의 원리를 체득하는 한편, 여기에 한국적 공간 감각과 정신성을 더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건축 언어를 완성해 나갑니다. 그 결정체가 바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으로, 김중업의 대표작이자 한국 현대건축의 명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의 합리성과 한국의 전통이 교차한 이 건축물은 두 건축가의 만남을 가장 극적으로 증언하는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이후 대사관 기능에 맞춰 여러 차례 증축과 리모델링이 이루어지면서 원형이 크게 훼손되었고, 본래의 건축적 의도 역시 흐려졌습니다. 2023년, 사티(SATHY)와 매스스터디스(Mass Studies)가 참여한 프로젝트를 통해 대사관 단지는 복원되었고, 신축 건물과 함께 충정로 일대의 새로운 건축적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김용관이 찍은 작품 <주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 박종선의 가구가 놓여 있습니다.

 

박종선은 가구를 전공한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그는 현실의 삶과 맞닿는 지점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작업해 왔습니다. 한국 전통 가구를 익히는 과정에서 쉐이커 교도의 가구를 접하며, 조선 가구의 정신이 극단적인 단순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전통이 어떻게 현대화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쉐이커 디자인의 절제, 르 코르뷔지에의 구조적 사고, 그리고 조선 목가구의 디테일과 성리학 사상의 근간이 되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는 박종선 작업의 중요한 원천이 됩니다. 이번 전시가 말하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이러한 박종선의 개인적 경험과 맞닿아 있으며, 그의 가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본질적인 구조와 장식을 배제한 순수한 구조의 아름다움은 박종선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가치로, 그는 이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언어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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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Trans draw 202210 Ⓒ박종선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이너로 알려진 박종선(1969~)은 2010년 갤러리 서미 개인전을 계기로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 바젤(Basel), 파리 아트 앤 디자인 페어(PAD), 아트 앤 디자인 쇼(Art + Design Show) 등 주요 아트페어를 통해 해외 무대에 데뷔하며 한국 현대 디자인을 국제적으로 소개해 왔습니다. 

이후 뉴욕 R20세기 디자인 갤러리(R20th Century Design Gallery), 에드워드 타일러 네이엄 파인 아트(Edward Tyler Nahem Fine Art)에서 열린 ‘한국 현대 디자인(Korean Contemporary Design)‘전, 파리 장식미술관과 뮌헨 바이에른 국립박물관의 ‘Korea NOW!’ 전시,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중 열린 한국 공예전 ‘사물을 대하는 태도’ 등에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주요 공간에 그의 테이블, 조명, 의자 등이 등장하며 대중적 주목을 받았고, 2011년 제2회 홍진기 창조인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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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스테인드글라스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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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원형계단실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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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원형계단실


앞서 김중업이 설계한 ‘장석웅 주택’이 한때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며 많은 훼손과 변형을 겪었다고 간단히 말씀드렸지요.
‘연희정음’ 전시를 보러 갔을 때, 큐레이터님께서 작품과 건물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이 주택에 얽힌 사연을 조금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붉은 벽돌과 삼각 전타일은 손상되었고, 사진에서 확인되는 이 건물 특유의 원형 디테일은 새로운 마감재 아래에 묻혀 있었으며, 일부 무단 증축으로 인해 위반건축물로 표기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제가 전시를 관람한 날은 날씨가 매우 맑아,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유난히 선명하고 아름답게 볼 수 있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서도 마주하게 됩니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의 스테인드글라스인데, 과거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위해 구멍을 뚫으면서 큰 손상이 생겨 복원이 무척 어려웠다고 하네요. 이처럼 훼손된 많은 부분들은 2024년, 새로운 건축주인 쿠움에 의해 ‘최대한 김중업의 건축 언어를 되살린다’는 원칙 아래 수작업으로 증축 및 보수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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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경남문화예술회관 Ⓒ김용관


귀국 후 한국 전통건축에 눈을 뜨기 시작한 김중업은 1950~60년대 한국 근대건축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는 각 지역의 건축적 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그 지역의 전통건축을 조형의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김중업은 그 지역의 지형과 특성에 맞게 자연과 조응하는 그러한 조형미를 건축에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진해 해군공관은 프랑스 대사관 관저와 유사한 조형적 특징을 보여줍니다. 십자형 기둥과 지붕의 원형 개구부는 두 건물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입니다. 특히 지붕의 구멍 아래로 물이 고이도록 설계된 부분과, 하늘빛이 물 위에 반사되는 장면은 김중업 특유의 공간적 감수성과 섬세한 표현을 잘 드러냅니다. 


김중업은 프랑스 르 코르뷔지에 사무소에서 수학하고 건축가로서 미국 등 서양에 머물렀지만, 한국 전통건축의 중요성을 늘 의식하며 한국적 본질을 잃지 않고자 했습니다. 그는 전통적 표현을 현대 건축에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했습니다. 

 

이 건물을 설계하면서 김중업은 진주가 지닌 역사성과 진주성이 갖는 의미를 특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스스로 가장 아끼는 도시 중 하나로 꼽았던 진주에 세워지는 건물인 만큼, 그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본래의 질서를 보존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고심했습니다. 건물의 외관은 전통 건축의 기둥과 공포, 한식 지붕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대칭적인 비례를 이루고 있습니다. 네 가닥으로 갈라지는 반원형 열주의 상부는 관아나 사찰 건축의 공포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것으로,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적이자 조형적인 장치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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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집. 1982. 김용관


건축의 도면이나 준공 사진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살아 있는 건축물을 담은 사진은 건축을 하나의 작품으로 기록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철거되거나 변형된 건축물들은 더 이상 준공 당시의 원형을 온전히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대법원 역시 여러 차례의 리모델링을 거치며 원형과는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태양의 집’은 한국 근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상업 건축물입니다. 

1982년, 당시 영등포 최초의 백화점으로 준공되었으며, 현재는 마트 등 다양한 상업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김중업은 이 건물을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했으며, 원형 모티브와 곡면 구조, 경사로, 옥상 유리 돔 등 그의 대표적인 건축 언어를 곳곳에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 건물을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공간 자체를 체험하고 감각할 수 있는 열린 도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김용관 건축사진가는, 건축과 도시 공간의 본질을 빛과 재료, 구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통해 시각적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그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건축가의 의도를 대중과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국내외 현대 건축과 한국 현대건축사의 주요 장면들을 지속적으로 아카이브해 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건축 전문 매체와 전시, 단행본을 통해 소개되었으며,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집 제작에도 참여해 왔습니다. 현재도 다양한 건축 현장에서 촬영을 이어가며, 건축과 사회를 잇는 시각 언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김용관은 김중업 건축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사진 작업으로 전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 기획자 윤태훈 건축가의 제안을 처음에는 고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기록해야 한다”는 제안에 공감하며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심합니다. 보존 상태가 좋지 않고 원형이 크게 훼손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건물들을 마주하며, 그는 사진가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고민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김용관의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응축된, 기록에 가까운 결과물입니다. 작가는 일부 작품을 흑백으로 표현함으로써 시간을 지우고, 관람자가 그 빈자리를 스스로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합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물을 짓기보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건축가였습니다. 20세기 초, 산업화는 도시를 빠르게 팽창시켰지만 인간의 삶은 점점 비좁아졌지요. 르 코르뷔지에는 이 혼란 속에서 건축을 ‘거주를 위한 기계’라 명명하는데 사실 이 말에는 인간에 대한 집요한 관심이 담겨 있습니다. 비효율과 장식을 덜어낸 공간 안에서, 그는 빛과 공기, 동선과 휴식이 정확히 작동하는 삶을 꿈꾸었습니다. 필로티 위에 띄운 건물, 옥상에 되돌려 놓은 정원, 구조로부터 자유로워진 평면은 모두 그가 상상한 삶의 조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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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디가르0820 Ⓒ마누엘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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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디가르 0724 Ⓒ마누엘부고


르 코르뷔지에가 평생 단 한 번, 도시 전체 규모의 계획 이론을 실현한 사례가 바로 찬디가르입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찬디가르 대법원 등 인도 건축 프로젝트를 오랜 시간에 걸쳐 설계하고 기록했으며, 이는 김중업이 직접 설계 도면 작업에 참여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로 펀자브 주가 둘로 나뉘면서 기존 수도 라호르는 파키스탄에 편입되었고, 인도 펀자브는 새로운 수도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에 네루 총리는 1950년 르 코르뷔지에에게 신도시 건설을 맡기게 됩니다. 그가 제안한 마스터플랜은 녹지가 풍부한 ‘가든 시티’ 원칙과 자신의 ‘빛나는 도시(Ville Radieuse)’ 개념이 결합된 구조로, 건물 간격에 여유를 두고 녹지를 도시 전반에 배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초고층 건물 대신, 국가의 새로운 정체성을 상징하는 조형적 공공건축이 핵심 공간에 배치되었습니다. 찬디가르는 기존 도시를 해체하지 않고 근대 도시계획 이론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구현해낸 르 코르뷔지에의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마누엘 부고의 사진은 두 건축가의 건축 세계가 서로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합니다.  

 

마누엘 부고는 파리에 거주하는 사진작가입니다. 그는 벨기에 건축가 마르탱 반 트레크가 설계한 주거 공간에서 성장하며 건축과 도시계획에 대한 관심을 키웠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시작해 뉴욕의 호레이스 그릴리 고등학교에서 사진을 수학했으며, 이후 사진에 전념하기로 결심하고 루이 뤼미에르 사진학교에서 수학했습니다. 패션과 연극, 영화 세트, 배우 사진 작업을 거쳐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상업 촬영과 함께 ‘거주된 건축’을 주제로 한 개인 작업을 병행해 왔습니다. 2009년 이후에는 건축과 도시계획 사진에 집중하며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건축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찬디가르〉 시리즈는 뉴욕, 도쿄,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전시되었으며, 현재는 아마다바드의 르 코르뷔지에 건축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나의 여정은 찬디가르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도시를 기록하려 했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삶과 건축이 교차하는 장면이었다. 주민들은 낯선 사진가를 집 안으로 초대하며 환대했고, 나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점유되고, 또 생활 방식에 맞추어 변형되는지를 목격했다.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삶을 담는 그릇이자, 시간에 따라 새롭게 쓰이는 존재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곧 나는 주택만으로는 이 도시를 설명할 수 없음을 깨닫고, 의회와 법원, 사무국으로 이어지는 캡리톨 콤플렉스로 시선을 확장했다. 접근은 쉽지 않았지만, 여러 인연과 도움 덕분에 공공 건축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이 단순히 서구적 이식이 아니라, 인도의 전통과 생활양식을 존중하며 조율된 결과라는 점을 실감했다. 

찬디가르는 동시에 김중업이 참여했던 현장이기도 하다. 그는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도면을 그리며 근대건축의 원리를 익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적 공간 감각과 정신성을 결합한 독창적 언어를 만들어냈다. 나의 사진은 두 건축가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그 협업의 기억을 현재의 이미지로 소환한다. 

이번 서울 전시는 찬디가르라는 무대 위에서 두 건축가의 인연을 다시 바라보는 자리다. 

나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건축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기억되는지를 증언하는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를 통해,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운명적 만남이 오늘의 감각 속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 마누엘 부고의 르 코르뷔지에에게 보내는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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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은 별도의 도슨트가 없습니다.


이번 전시와 더불어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세계를 다층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아티스트 토크’와 ‘건축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촘촘히 기획된 프로그램과 전시를 따라 원형 계단의 곡선,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오래된 나무결, 계단을 오르며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구조적 디테일을 통해 말년의 김중업이 설계한 건축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티스트 토크 1: 11월 8일(토) 15:00-17:00, 참여작가 김용관, 마누엘 부고

아티스트 토크 2: 11월 22일(토) 15:00-17:00 

'리:버스, 다시 태어나는 공간' 윤태훈(사티), 김종석(쿠움) 건축가

 

아키 렉처 1: 12월 중
"김중업의 건축 세계" 김현섭(고려대학교 교수)

아키 렉처 2: 출판기념회(미정)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세계" 

 

12월 초
<대화: 김중업x르 코르뷔지에,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도서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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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의 공간을 상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F-2F: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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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연희정음'의 1-2층은 작품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최대한 작품에 주목되도록 비워져 있습니다. 이곳은 쿠움 파트너스가 새롭게 제안하는 영감의 장소입니다.

 

3F: 컨퍼런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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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정음

 

이곳은 단순히 지식을 나누는 장소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지적인 교류의 장입니다.

 

B1. 브랜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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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까페 푸어링아웃 메라키 

개방 시간: 08:00-18:00 (L.O 17:30) 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pourinlg_outl

 

B. 올라이트

올라이트는 문구점입니다. 다이어리, 노트, 엽서와 마스킹테이프 등 기록의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다양한 문구류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픈일 상이 (인스타그램 공지) 화, 목요일 휴무

oneand-all.com

인스타그램 allwrite_shop

 

C. 메종 스테디-스테이트

2010년, 핸드메이드 테일러드 셔츠로 시작된 메종 스테디-스테이트는 옷의 구조와 균형에 집중하는 브랜드입니다. 유행보다 오래가는 형태, 입는 사람의 태도를 드러내는 실루엣을 연구합니다. 서울 연희동의 '연희하우스'에 위치한 아틀리에는 작업실이자 쇼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개방 시간 동안 방문하시면 실제 작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개방 시간: 수-토 13시-18시

문의: steadystate@naver.com, sophie.an@vacantscene.com

인스타그램 maisonsteadystate


D. 팝업 커뮤니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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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189-2 

 

[버스]

연희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 도보 약 3분
간선 110A, 153
직행 7017, 7612, 7720, 7739사러가쇼핑 정류장에서 하차 도보 약 2분
마을버스 서대문04

 

[지하철+버스]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 → 마을버스 '서대문03' 환승 → '연희교차로/연희브라운스톤'하차
3호선 홍제역 4번 출구 → 지선버스 '7738' 환승 → '연희동자치회관' 하차

 

건물 내 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인근 유료 주차장 연희프라자, 사러가쇼핑센터 등 이용을 권장합니다.



 에디터 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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