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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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광화문 광장 앞, 질곡의 근현대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뚝 서며 현재까지 사람들에게 예술 공연과 전시의 즐거움을 선사해 왔던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이 순간에도 다양한 전시 및 공연을 펼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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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회관 전경〉, 서울특별시 공보실, 1963. 2. 14. https://archives.seoul.go.kr/item/2832


이곳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5년 당시 이승만 정권과 서울시는 전후 늘어난 각종 행사와 공연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 공간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아호를 따 ‘우남회관’이라 명명된 공회당을 계획했지만, 4·19 혁명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시민 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게 되었죠. 1961년 신문 보도에 따르면, 건립 당시 총 20억 원이 투입될 정도로 큰 규모의 예산이 사용되었고 그 결과 지하 1층, 지상 4층 그리고 10개 층의 탑을 지닌 당시로서는 초고층이자 영화 상영을 위한 최신 영사기와 3,000여 객석을 보유한 최신, 최대 규모의 문화시설로 개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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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회관화재진화모습1〉, 《시민회관화재》, 공보처 홍보국 사진담당관, 1972. 12. 2., ⓒ국가기록원


하지만 그 건물은 현재 남아있지 않습니다. 1972년 겨울, MBC 개국 11주년 기념 10대 가수 청백전이 열리던 어느 날 무대 후 전기 과열로 인한 합선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입니다. 53명의 사망자와 7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였고, 그렇게 시민회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새로운 문화 공간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1978년, 세종로의 이름을 딴 새로운 시민회관, ‘세종문화회관’이 개관하게 됩니다.


공간은 시간을 품고, 그 시대를 살아간 모든 이들의 기억을 함께 품습니다. 시민회관에서 세종문화회관으로 이어져 온 이 장소 역시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60여 년간 서울 시민들이 누려온 예술의 순간과 추억을 간직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르네상스부터 인상주의까지: 서양미술 600년-미국 센디에이고 뮤지엄 특별전》 역시, 장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 온 미술의 역사와 기억을 한자리에 불러오는 전시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이 오랜 시간 품어온 시대의 기억이 미술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만나, 관람객에게 또 다른 시간을 열어 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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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뮤지엄 (이미지 출처: 샌디에이고 뮤지엄)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에 자리한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샌디에이고 뮤지엄은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3만 2천 점이 넘는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들이 세계 최초로 해외로 반출되는 25점을 포함해 총 65점으로 구성되어, 르네상스부터 모던아트에 이르는 ‘서양미술 600년’의 장대한 역사를 한자리에서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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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베로네세, <아폴로와 다프네(Apollo and Daphne>, ca.1560-65


이번 전시 외에 전시는 카메라 마크가 있는 허가 작품 외에는 촬영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전시장에서는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눈으로 직접 경험하고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유럽 남부와 북부의 르네상스’를 소개하는 첫 번째 섹션을 만나게 됩니다. 14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등장한 르네상스는 프랑스어로 ‘재탄생(Rebirth)’이라는 뜻의 단어로, 교회와 신 중심 세계관을 표현했던 중세 이후 피어난 인문주의에 기반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문명을 재평가하고 부활시켰던 문화 운동이었습니다. 회화나 조각, 건축 등 시각 예술 전 분야에서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고전 고대의 이상화된 균형미와 비례미가 다시 살아나고, 종교적 주제뿐 아니라 고전 신화나 일상,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해 탐구하며 인간 중심적 감수성과 주제가 확장되던 이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 그려진 작품, 파올로 베로네세의 <아폴로와 다프네>를 만나보겠습니다.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는 1528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태어나 1588년 베네치아에서 사망한 화가로, 16세기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평가됩니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화가들은 풍부한 빛과 색채로 인물과 배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는데, 이 그림 또한 그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이 다루는 이야기는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 전해지는 아폴로와 다프네 신화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사랑의 화신인 에로스는 두 가지 화살을 쏠 수 있었는데, 금 화살을 맞은 이는 상대를 강렬히 사랑하게 되고, 은 화살을 맞은 이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하지 않게 됩니다. 에로스는 태양의 신 아폴로에게는 금 화살을, 강의 신 페네이우스의 딸인 다프네에게는 은 화살은 각각 쏘아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아폴로는 다프네를 쫓고 사랑을 구하지만, 다프네는 그의 손길을 피해 여기저기로 피해 다니게 됩니다. 아폴로가 다프네에게 닿는 순간 다프네는 아버지인 강의 신 페네이우스에게 간절하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딸을 월계수 나무로 변신시켜 아폴로의 손길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게 되죠.


이 그림은 바로 그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화면 속 오른쪽 인물은 다프네로, 왼손과 오른발이 나뭇가지와 뿌리로 변화하는 모습입니다. 그 옆의 아폴로는 나무로 변하는 그녀를 보며 울부짖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비롯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특징은 신을 인간처럼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사랑하고, 배신하고, 질투와 시기를 하며 인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인문주의 사상의 영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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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Domenikos Theotokopoulos), <참회하는 성 베드로(The Penitent Saint Peter)>, ca.1590-95


‘엘 그레코’로 잘 알려진 화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Domenikos Theotokopoulos)는 1541년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나 1614년 스페인 톨레도에서 사망한 화가입니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인’이라는 단순한 의미의 단어로, 스페인에서 그를 지칭할 때 썼던 별명이었습니다.


엘 그레코는 초기 미술 교육을 비잔틴 성화 양식으로 받았는데, 이 양식은 종교적 상징과 영적 표현을 강조하며 사실적 비례보다는 ‘영적 메세지’에 우위를 두었습니다. 이후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수학했지만 전형적인 르네상스 기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세로로 길게 늘인 인체 비례, 강렬한 빛의 대비와 명암 차이로 독특한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했습니다. 이후 엘 그레코는 스페인으로 건너갔는데, 당시 스페인은 대항종교개혁(Counter-Refomation) 진영에 속했던 국가로 가톨릭 교회 수호를 위한 신앙적이고 종교적인 작품 의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그려진 이 작품은 사도 베드로가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전 제자임을 세 번 부인하고, 이후 자신의 배신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이 일화는 대항종교개혁 당시 인기 있었던 주제로, 스페인에서는 엘 그레코가 처음으로 이 주제를 그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비슷한 구도를 다양하게 변주해 적어도 여섯 점의 자필 변형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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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파란 눈의 소년 (The Blue-eyed Boy)>, 1916


엘 그레코의 길쭉한 인체 비율과 닮아 보이는 이 그림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파란 눈의 소년>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리보르노에서 태어나 1920년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한 화가이자 조각가로, 생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사후에는 20세기 초기 모더니즘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고대와 르네상스 예술을 배우고, 1906년 당시 아방가르드 예술 실험이 활발했던 파리로 건너와 활동하며 추상조각가 브랑쿠시의 조언을 듣고 아프리카 조각을 탐구하며 마치 상하로 길게 늘인 듯한 길쭉한 두상 조각, <Head>(1910-12년 경)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회화 또한 이때 연구했던 아프리카 마스크에서 영향을 받아 긴 목, 길쭉한 얼굴과 마스크 같은 단순화된 생김새를 띄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소개해 드린 세 화가의 작품 외에도 모나리자를 연상시키는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인상주의의 시작을 알렸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샤이의 건초더미> 등 다양한 서양미술사 속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미술을 통한 역사의 흐름과 그 시대의 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한 작품을 통해, 시대와 예술이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새로운 시각과 감동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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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월-금) 11시, 14시, 16시 도슨트 프로그램과,

주말 11시, 14시 무료 도슨트 강연이 진행됩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별도의 예약 없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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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을 지나면 다양한 갤러리 및 미술관이 밀접해 있습니다. 세종미술관과 함께 ‘국립고궁박물관’, ‘현대화랑’,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현재 진행하는 전시를 연계하여 관람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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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관람 시간 

-월~일요일 10:00-19:00


*이용요금

성인: 23,000원 / 초중고: 20,000원 / 유아: 17,000원

할인 정보 및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클릭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시는 길

-지하철

: 광화문역 1,7,8번 출구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200m 지점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해 주시길 바랍니다.

 




에디터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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