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외관 (출처: 아모레퍼시픽)
신용산역 앞,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있습니다. 단정하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큐브 형태의 건물, 그리고 중간중간 뚫려 있는 네모난 공간(Voids) 사이로 보이는 초록빛 정원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곳은 바로 오늘 소개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있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입니다.
202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국내 유일인 작품,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2017년 이곳에 들어섰습니다. 사실 건축법상 30층까지 설계가 가능했기에, 원래 신사옥의 컨셉은 타워형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치퍼필드는 단 23층 규모의 설계안을 제출했고, 이는 당시 응모작 중 가장 낮은 층수의 건물이었습니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은 그의 설계안을 선택했습니다. 무조건 높은 건물보다는 도시 미관과 바람길,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그의 사옥 설계안이 ‘자유로운 교감과 소통, 공존과 연결’을 키워드로 삼은 신사옥 프로젝트의 취지와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데이비트 치퍼필드 모습 (이미지 출처: 한경제)
치퍼필드에 따르면, 이 정육면체 형태의 볼륨감은 그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본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과하지 않고 절제된 소박한 우아미, 그러면서도 미적 감수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그의 건축은 백자 달항아리와 꽤 닮아 보입니다.
이곳에는 일반 건축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수많은 자수 실로 감싸진듯한 독특한 건물 외벽입니다. 이는 햇빛 가리개 역할을 하는 루버(louver)로, 건물 전체는 총 21,511개의 루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정면에서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해의 이동에 따라 루버 표면에 반사된 측면의 부족한 조도를 보완합니다. 즉, 디자인적 효과뿐 아니라 광량 조절과 에너지 효율을 함께 고려한 구조인 것이죠.

공중정원 모습 (출처: 아모레퍼시픽)
두 번째, 공중정원입니다. 5층과 11층 그리고 17층 세 곳의 공중정원이 있습니다. 5~6개의 층을 과감히 비워낸 빈 공간(Void)을 계획적으로 삽입하여 임직원들이 언제든 휴식과 교류를 즐길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물이 흐르고 나무가 자라며 1층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건물 내부에서 실제 자연 속에 들어온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정원의 나무가 보여 콘크리트 사이 피어난 듯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내부에서는 하늘을 배경으로 푸른 색감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오면서 도심과 자연의 풍경을 연결합니다.
세 번째, 일반 대중에게 열린 아트리움입니다. 수익성을 고려해 상업 시설로 저층부를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건물 구성이라면, 이곳은 상업시설을 최소화하고 1층에서 3층까지 일반 대중도 방문할 수 있는 공공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에는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 라이브러리 등이 있어 지역 주민들이 문화를 교류하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됩니다.
1층에 들어서면 탁 트인 시야가 인상적인데, 이는 중앙의 코어를 네 귀퉁이로 분산하고 천장을 5층 공중공원 수반(물길) 바닥면으로 구성해 자연광이 물결을 따라 자연스레 내부로 흘러드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도시와 자연, 사람과 건축을 연결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는 오늘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오늘 소개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신사옥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 총 세 개의 층을 아우르는 대형 전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로렌스 위너, 엘름그린 & 드라그셋, 안드레아스 거스키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뿐 아니라 조선 민화, 병풍 등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국내외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전시는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1961~)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으로, 설치, 회화, 조각 등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면밀히 조망합니다. 미국 동시대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마크 브래드포드는 주로 흑인, 퀴어, 도시 하층민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 구조 속 잠재한 불평등과 폭력을 시각화합니다.
그의 작품은 특히 기법과 재료의 독착성으로 주목받습니다. 대형 캔버스 위 일상에서 수집한 광고지, 벽보, 신문지 등을 겹겹이 붙이고, 불로 태우거나, 스크래치를 내며 재료의 물질성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작가가 살아온 도시의 풍경이자, 사회적 층위를 은유하는 거칠지만 정교한 추상적 풍경으로 완성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 세 점을 통해, 마크 브래드포드가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는지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Float (2019/2025)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이 작품, <Float>는 약 600m²의 전시장 바닥 전체를 덮은 대형 설치 작업입니다. 작가가 작업실 주변에서 수집한 노끈, 캔버스, 종이, 로프 등을 이어 붙여 이 거대한 지면을 완성했습니다. 전시의 제목 ‘Keep Walking'처럼 작가는 실제로 ‘작품을 보며 계속 움직이고 나아가기‘를 관람객에게 청합니다.
전통적인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작품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수동적 위치에서 머물렀다면, 작가는 그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이 직접 작품 위를 걸으며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그 물질성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초대합니다. 걷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참여이며, 예술적 공감의 과정이 되는 것이죠.

불안한 동네 (2003)
이 작품, <불안한 동네>는 동일한 크기의 반투명한 종이들이 규칙적으로, 때로는 불규칙적으로 이어지며 캔버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규격이 나뉘어진 도시의 지도 같기도 하고, 도로 위에 남은 종이껌 자국 같기도 합니다.

이 종이는 ’엔드페이퍼‘, 즉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감쌀 때 쓰는 얇은 종이입니다.
작가가 어린 시절 미용실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공간에서 자주 접하던 소재로, 이는 단순한 미용 재료가 아닌 흑인 여성의 노동과 공동체의 기억을 상징하는 소재입니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적 소재를 사회적 의미의 상징으로 번역해 개인의 서사와 집단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매개로 삼습니다.

폭풍이 몰려온다 (2025)
이 작품, <폭풍이 몰려온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마련된 그의 신작으로, 방의 공간 전체를 모두 점유하는 벽지와 7점의 회화로 이루어진 대형 설치 작업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허리케인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재난 상황,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사회 제도적 실패가 드러난 미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벽지 속 강렬한 금빛 문양으로 표현된 ‘허리케인’을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과 권력, 폭력의 상징으로 읽어냅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힘의 위계에 의해 피해받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회화 속 텍스트로 번역했습니다. 이 텍스트는 래퍼 ‘케빈 제이지 프로디지(Kevin JZ Prodigy)’의 가사로, ‘Here Comes the Hurricane Legendary Katrina' 등과 같은 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작가는 이 가사를 자신의 회화적 언어와 결합해, 폭풍 앞에 놓인 인간의 나약함과 저항의 의지를 동시에 드러냅니다. 화면 위 중첩되는 문장과 색채, 물질의 흔적은 혼돈과 복원의 경계에서 사회적 폭력과 생존의 서사를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은 거대한 추상 화면 속 개인의 기억, 사회의 균열, 그리고 공동체의 상처를 함께 담아냅니다. 그는 일상에서 버려진 재료를 예술의 언어로 전환해, 보이지 않는 존재와 의미들을 시각화하는 작가입니다.
이렇듯 건축부터 공간, 전시까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여러분도 이 전시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지나고 있는 상황들, 그리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는 수많은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전시장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한 후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도토리 용산점 (한강대로52길 25-6 1층)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근처는 삼각지와 용산의 매력을 품은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그중 제가 다녀온 ‘도토리 용산점’은 아기자기한 디저트와 브런치, 요거트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분위기 좋은 가을 감성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지도(출처: 네이버 지도)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관람 시간
-화~일요일 10:00-18:00
-휴관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오시는 길
-지하철
: 4호선 신용산역에서 도보 1분거리

건물 외관 (출처: 아모레퍼시픽)
신용산역 앞,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있습니다. 단정하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큐브 형태의 건물, 그리고 중간중간 뚫려 있는 네모난 공간(Voids) 사이로 보이는 초록빛 정원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곳은 바로 오늘 소개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있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입니다.
202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국내 유일인 작품,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2017년 이곳에 들어섰습니다. 사실 건축법상 30층까지 설계가 가능했기에, 원래 신사옥의 컨셉은 타워형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치퍼필드는 단 23층 규모의 설계안을 제출했고, 이는 당시 응모작 중 가장 낮은 층수의 건물이었습니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은 그의 설계안을 선택했습니다. 무조건 높은 건물보다는 도시 미관과 바람길,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그의 사옥 설계안이 ‘자유로운 교감과 소통, 공존과 연결’을 키워드로 삼은 신사옥 프로젝트의 취지와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데이비트 치퍼필드 모습 (이미지 출처: 한경제)
치퍼필드에 따르면, 이 정육면체 형태의 볼륨감은 그가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본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과하지 않고 절제된 소박한 우아미, 그러면서도 미적 감수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그의 건축은 백자 달항아리와 꽤 닮아 보입니다.
이곳에는 일반 건축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수많은 자수 실로 감싸진듯한 독특한 건물 외벽입니다. 이는 햇빛 가리개 역할을 하는 루버(louver)로, 건물 전체는 총 21,511개의 루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정면에서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해의 이동에 따라 루버 표면에 반사된 측면의 부족한 조도를 보완합니다. 즉, 디자인적 효과뿐 아니라 광량 조절과 에너지 효율을 함께 고려한 구조인 것이죠.
공중정원 모습 (출처: 아모레퍼시픽)
두 번째, 공중정원입니다. 5층과 11층 그리고 17층 세 곳의 공중정원이 있습니다. 5~6개의 층을 과감히 비워낸 빈 공간(Void)을 계획적으로 삽입하여 임직원들이 언제든 휴식과 교류를 즐길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물이 흐르고 나무가 자라며 1층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건물 내부에서 실제 자연 속에 들어온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정원의 나무가 보여 콘크리트 사이 피어난 듯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내부에서는 하늘을 배경으로 푸른 색감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오면서 도심과 자연의 풍경을 연결합니다.
세 번째, 일반 대중에게 열린 아트리움입니다. 수익성을 고려해 상업 시설로 저층부를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건물 구성이라면, 이곳은 상업시설을 최소화하고 1층에서 3층까지 일반 대중도 방문할 수 있는 공공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에는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 라이브러리 등이 있어 지역 주민들이 문화를 교류하고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됩니다.
1층에 들어서면 탁 트인 시야가 인상적인데, 이는 중앙의 코어를 네 귀퉁이로 분산하고 천장을 5층 공중공원 수반(물길) 바닥면으로 구성해 자연광이 물결을 따라 자연스레 내부로 흘러드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도시와 자연, 사람과 건축을 연결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는 오늘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포스터 (이미지 출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오늘 소개할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신사옥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 총 세 개의 층을 아우르는 대형 전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로렌스 위너, 엘름그린 & 드라그셋, 안드레아스 거스키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뿐 아니라 조선 민화, 병풍 등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국내외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전시는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1961~)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으로, 설치, 회화, 조각 등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면밀히 조망합니다. 미국 동시대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마크 브래드포드는 주로 흑인, 퀴어, 도시 하층민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 구조 속 잠재한 불평등과 폭력을 시각화합니다.
그의 작품은 특히 기법과 재료의 독착성으로 주목받습니다. 대형 캔버스 위 일상에서 수집한 광고지, 벽보, 신문지 등을 겹겹이 붙이고, 불로 태우거나, 스크래치를 내며 재료의 물질성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작가가 살아온 도시의 풍경이자, 사회적 층위를 은유하는 거칠지만 정교한 추상적 풍경으로 완성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 세 점을 통해, 마크 브래드포드가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는지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Float (2019/2025)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이 작품, <Float>는 약 600m²의 전시장 바닥 전체를 덮은 대형 설치 작업입니다. 작가가 작업실 주변에서 수집한 노끈, 캔버스, 종이, 로프 등을 이어 붙여 이 거대한 지면을 완성했습니다. 전시의 제목 ‘Keep Walking'처럼 작가는 실제로 ‘작품을 보며 계속 움직이고 나아가기‘를 관람객에게 청합니다.
전통적인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작품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수동적 위치에서 머물렀다면, 작가는 그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이 직접 작품 위를 걸으며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그 물질성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초대합니다. 걷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참여이며, 예술적 공감의 과정이 되는 것이죠.
불안한 동네 (2003)
이 작품, <불안한 동네>는 동일한 크기의 반투명한 종이들이 규칙적으로, 때로는 불규칙적으로 이어지며 캔버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규격이 나뉘어진 도시의 지도 같기도 하고, 도로 위에 남은 종이껌 자국 같기도 합니다.
이 종이는 ’엔드페이퍼‘, 즉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감쌀 때 쓰는 얇은 종이입니다.
작가가 어린 시절 미용실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공간에서 자주 접하던 소재로, 이는 단순한 미용 재료가 아닌 흑인 여성의 노동과 공동체의 기억을 상징하는 소재입니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적 소재를 사회적 의미의 상징으로 번역해 개인의 서사와 집단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매개로 삼습니다.
폭풍이 몰려온다 (2025)
이 작품, <폭풍이 몰려온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마련된 그의 신작으로, 방의 공간 전체를 모두 점유하는 벽지와 7점의 회화로 이루어진 대형 설치 작업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허리케인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재난 상황,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사회 제도적 실패가 드러난 미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브래드포드는 벽지 속 강렬한 금빛 문양으로 표현된 ‘허리케인’을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과 권력, 폭력의 상징으로 읽어냅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힘의 위계에 의해 피해받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회화 속 텍스트로 번역했습니다. 이 텍스트는 래퍼 ‘케빈 제이지 프로디지(Kevin JZ Prodigy)’의 가사로, ‘Here Comes the Hurricane Legendary Katrina' 등과 같은 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작가는 이 가사를 자신의 회화적 언어와 결합해, 폭풍 앞에 놓인 인간의 나약함과 저항의 의지를 동시에 드러냅니다. 화면 위 중첩되는 문장과 색채, 물질의 흔적은 혼돈과 복원의 경계에서 사회적 폭력과 생존의 서사를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은 거대한 추상 화면 속 개인의 기억, 사회의 균열, 그리고 공동체의 상처를 함께 담아냅니다. 그는 일상에서 버려진 재료를 예술의 언어로 전환해, 보이지 않는 존재와 의미들을 시각화하는 작가입니다.
이렇듯 건축부터 공간, 전시까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여러분도 이 전시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지나고 있는 상황들, 그리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는 수많은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전시장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한 후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도토리 용산점 (한강대로52길 25-6 1층)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근처는 삼각지와 용산의 매력을 품은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그중 제가 다녀온 ‘도토리 용산점’은 아기자기한 디저트와 브런치, 요거트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분위기 좋은 가을 감성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지도(출처: 네이버 지도)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관람 시간
-화~일요일 10:00-18:00
-휴관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오시는 길
-지하철
: 4호선 신용산역에서 도보 1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