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 이미지 (출처: 롯데뮤지엄)
오늘은 롯데뮤지엄의 새 전시, 《옥승철: PROTOTYPE》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전시 소개에 앞서 뮤지엄 소개를 간략하게 드리면서 시작해 볼게요. 롯데뮤지엄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 내에 위치한 롯데문화재단의 미술관으로, 서예 붓의 형상을 본뜬 외관과 어우러지는 곡선적인 내부 공간이 인상적입니다. 2018년 개관한 이래로 현재까지 알렉스 카츠, 장 미쉘 바스키아, 마틴 마르지엘라, 윤협, 오스틴 리, 다니엘 아샴 등 국내외 현대 미술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대중에게 다양한 예술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옥승철(1988-)의 개인전으로, 그는 영화, 만화, 게임 등 디지털 매체 속에서 복제되는 이미지를 토대로 원본과 복제의 관계에 대해 질문해 왔습니다. 사실 ‘원본’이라는 개념은 기술 발전 이전 시대에 유효했습니다. 완벽하게 동일한 복제가 불가능했기에 ‘원작’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등장한 이후, 상황은 달라집니다.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 데이터만 있다면 언제든 똑같은 형태로 복제·출력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기에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 매체와 비교해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벼운’ 특성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매체는 흔히 전통 매체와의 위계 관계 속에서 하위 장르, 즉 서브컬쳐로 취급되기도 했죠.
옥승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가벼운’ 디지털 데이터가 단순히 전통 매체의 대체재 혹은 하위 버전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시 공간에 따라 언제든 모습을 바꾸고 재구성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물성을 갖는다고 제안합니다. 즉,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나 조각같이 고정된 형상이 아닌, 상황과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호출되고 변형되는 유동적 존재인 것이죠.
따라서 옥승철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고정된 원본이 아닌 언제든 호출되고 변형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가 가지는 유동성에 주목하여, 전통 매체와 새로운 매체 간 위계를 전복하고 새로운 관점으로서 제시합니다.


전시 입구
이번 전시는 출입구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세 갈래로 나뉜 길은 네온 조명의 초록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있죠.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 쉽지만, 아래에 숫자를 유심히 보고 길을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입구가 이렇듯 복잡해 보이는 갈림길로 구성된 이유는, ‘프로토타입’이라는 이번 전시의 대주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프로토타입(Prototype)'이란, ‘어떤 제품이나 시스템, 아이디어 등의 최초 모델’을 이르는 단어입니다. 즉 어떠한 제품이나 시스템, 아이디어가 반복 및 변주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원형을 뜻하는 단어죠. 그래서 이 ‘프로토타입’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복제/유통 과정에서 언제든 호출되고 변형될 수 있는 유동적 상태입니다.
옥승철은 이 개념을 관람객의 전시 경험에 대입했습니다. 기존의 전시 공간은 시작과 끝점이 명확히 구분되어 정해진 하나의 질서에 의해 수동적으로 관람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입구를 기준으로 세 개의 길로 분기되어, 관람 순서는 선택에 의해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사실 바닥에 적힌 숫자는 관람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 단순히 길을 구분하기 위한 목적에 가까운 것이죠. 어떤 길을 먼저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험의 순서가 바뀌게 되고, 전시 자체가 하나의 시뮬레이션 같은 프로토타입이 되는 것입니다.

<Prototype>, 2025, FRP, (H) 280cm
저는 1번 길을 첫 순으로 택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번 방을 중점으로 두고 설명해보려 합니다.
출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높이가 약 3m에 달하는 거대한 조각상 세 개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사방의 벽은 거울이 배치되어 조각상이 무한히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 조각상 세 개의 제목은 모두 동일하고 서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사실 세 개라는 수량은 임의적일 뿐, 무의미합니다. 각각의 조각상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미술사 속 기념비적인 작품들처럼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 아닌, 그저 임시로 출력된 프로토타입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동일한 입력값에 의해 세 개든, 다섯 개든, 백 개든 제한없이 얼마든지 출력될 수 있습니다. 이 프로토타입의 무한 복제성을 사방의 거울을 배치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전시 전경
이제 이 프로토타입의 개념을 초상화라는 장르와 연결 지어보겠습니다. 안쪽의 방으로 들어서면 인물 초상이 그려진 여섯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 놓인 <ID picture>(2021)는 머리가 짧은 인물의 초상을 흑백과 컬러, 두 버전으로 제시한 두 점이 작품입니다. 또한 오른쪽의 <Portrait>(2022) 역시 총 두 점으로, 짧은 머리의 인물과 단발의 인물을 각각 컬러로 제시합니다. 그 맞은편에는 이 <Portrait>을 좌우 반전해 비추는 거울 작품, <Outline>(2022)이 두 점 놓여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쌍을 이루는 각각의 작품들의 캡션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규격이 조금 다른 <Outline>을 제외하면, <ID picture>, <Portrait>은 제목과 연도, 재료와 규격까지 모두 같아 텍스트만으로는 작품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장치로, 전시의 대주제인 ‘프로토타입’과 직결됩니다. 마치 이전에 보고 온 세 점의 조각, <Prototype>(2025)처럼 각각의 작품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기에 제목을 구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각각의 작품이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찬가지 ‘프로토타입’ 상태의 것으로 얼마든지 변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것을 초상화라는 장르와 연결했을까요? 전통적으로 인물의 초상은 특정 인물을 식별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늘날의 프로필 사진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과도하게 발달한 지금, 우리는 이미지의 원본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드뭅니다. 대부분 보정과 편집을 거쳐 사용하고, 심지어는 ‘프사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실제와 이미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전시 전경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부릅뜬 눈, 무표정한 얼굴, 성별을 알 수 없는 짧은 기장의 헤어스타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뚜렷한 특징이 없기에 고유한 신원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익명성이나 불특정성, 변조 가능성을 띄게 됩니다. 이는 나의 얼굴도, 너의 얼굴도 아닌 언제든 누구의 얼굴이 될 수 있는 초상이며, 동시에 ‘프로토타입’의 개념을 시각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옥승철의 작업은 초상을 ‘정체성의 기록’이 아닌 ‘변형 가능한 유동적 존재’로 재정의하여, 이 또한 하나의 프로토타입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오늘날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고 유통되는지를 체험하게 하며, 원본과 복제의 개념 자체를 무너뜨리고 위계를 전복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합니다. 이번 글에서 저는 1번 방의 작품들을 위주로 소개해드리지만, 전시장에서는 2번과 3번 방까지, 회화와 조각을 포함해 총 80여 점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만화나 영화 등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복제한 작품들은 모두 처음에는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어 전시장에서 잠깐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모습,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작가의 철학을 유심히 살펴보며 여러분만의 감각으로 전시를 관람해보시길 바랍니다.

롯데뮤지엄은 매일 11시, 14시, 16시에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별도의 오디오 도슨트는 없으니 설명과 함께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은 시작 시각에 맞춰 전시장을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롯데뮤지엄 바로 입구에 ‘겟썸커피’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창가 바 자리에서는 잠실 석촌호수 뷰를 보면서 간단한 다과를 즐기실 수 있답니다.
또한 같은 층에 위치한 ‘롯데갤러리 아트홀’ 에서도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8월 30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장승택 《겹》이 개최중이니. 롯데뮤지엄에 방문하신다면 놓치지말고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주소]
* 롯데뮤지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7층 롯데뮤지엄)
* 영업시간: 10:30~19:00 (마지막 입장은 18:30까지 입니다.)
* 여기를 클릭하면 롯데월드./롯데월드몰/에비뉴엘에서 오는 경로를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차]
* 롯데월드몰 주차장 GATE 3 (송파구, 올림픽로 300 (신천동 29))
* 기본 요금 : 10시~20시는 10분당 평일 300원, 주말 500원 / 그 외 시간 : 200원, 1일 최대 요금 45,000원
* 시네마, 아쿠아리움, 뮤지엄 당일 티켓 소지자: 10분당 200원 최대 4시간까지(4,800원), 초과분은 기본 요금 체계 적용
* 여기를 클릭해 주차정보를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롯데뮤지엄은 길이 조금 복잡합니다. 롯데타워 건물로 들어오시면 7층으로 연결되고, 롯데 에비뉴엘로 들어오시면 6층으로 연결되어요. 계신 곳이 어떤 건물인지에 따라 층이 다르니 유의해주세요!

* 대중교통(지하철):
1) 2호선
1, 2번 출구 사이 → 잠실점 에비뉴엘 진입 → ‘ON and the Beauty’ 맞은편 E/V 탑승 → 6F → 6F 약도 참조

2) 8호선
17Gate → 롯데월드몰 진입 → 플라잉 타이거 방향 직진 → 엔제리너스커피 우회 → 타워 입구 → 우측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F 이동 → 포디엄 E/V 탑승 → 7F
18Gate → 롯데월드몰 진입 → 롯데리아 방향 직진 → 엔제리너스커피 우회 → 타워 입구 → 우측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F 이동 → 포디엄 E/V 탑승 → 7F

에비뉴엘 6층 혹은 롯데타워 7층에 도착하셨다면, 겟썸커피를 지나야 롯데뮤지엄 입구가 나오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이 지도 이미지를 참고하여 안쪽까지 들어오시면 된답니다.
** 추가 정보
- 개인 물품 보관함: 1시간 무료, 이후 시간당 2,000원 추가 발생

포스터 이미지 (출처: 롯데뮤지엄)
오늘은 롯데뮤지엄의 새 전시, 《옥승철: PROTOTYPE》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전시 소개에 앞서 뮤지엄 소개를 간략하게 드리면서 시작해 볼게요. 롯데뮤지엄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 내에 위치한 롯데문화재단의 미술관으로, 서예 붓의 형상을 본뜬 외관과 어우러지는 곡선적인 내부 공간이 인상적입니다. 2018년 개관한 이래로 현재까지 알렉스 카츠, 장 미쉘 바스키아, 마틴 마르지엘라, 윤협, 오스틴 리, 다니엘 아샴 등 국내외 현대 미술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대중에게 다양한 예술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 옥승철(1988-)의 개인전으로, 그는 영화, 만화, 게임 등 디지털 매체 속에서 복제되는 이미지를 토대로 원본과 복제의 관계에 대해 질문해 왔습니다. 사실 ‘원본’이라는 개념은 기술 발전 이전 시대에 유효했습니다. 완벽하게 동일한 복제가 불가능했기에 ‘원작’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등장한 이후, 상황은 달라집니다.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 데이터만 있다면 언제든 똑같은 형태로 복제·출력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기에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적 매체와 비교해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벼운’ 특성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매체는 흔히 전통 매체와의 위계 관계 속에서 하위 장르, 즉 서브컬쳐로 취급되기도 했죠.
옥승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가벼운’ 디지털 데이터가 단순히 전통 매체의 대체재 혹은 하위 버전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시 공간에 따라 언제든 모습을 바꾸고 재구성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물성을 갖는다고 제안합니다. 즉,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나 조각같이 고정된 형상이 아닌, 상황과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호출되고 변형되는 유동적 존재인 것이죠.
따라서 옥승철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고정된 원본이 아닌 언제든 호출되고 변형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가 가지는 유동성에 주목하여, 전통 매체와 새로운 매체 간 위계를 전복하고 새로운 관점으로서 제시합니다.
전시 입구
이번 전시는 출입구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세 갈래로 나뉜 길은 네온 조명의 초록빛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있죠.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 쉽지만, 아래에 숫자를 유심히 보고 길을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입구가 이렇듯 복잡해 보이는 갈림길로 구성된 이유는, ‘프로토타입’이라는 이번 전시의 대주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프로토타입(Prototype)'이란, ‘어떤 제품이나 시스템, 아이디어 등의 최초 모델’을 이르는 단어입니다. 즉 어떠한 제품이나 시스템, 아이디어가 반복 및 변주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원형을 뜻하는 단어죠. 그래서 이 ‘프로토타입’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복제/유통 과정에서 언제든 호출되고 변형될 수 있는 유동적 상태입니다.
옥승철은 이 개념을 관람객의 전시 경험에 대입했습니다. 기존의 전시 공간은 시작과 끝점이 명확히 구분되어 정해진 하나의 질서에 의해 수동적으로 관람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입구를 기준으로 세 개의 길로 분기되어, 관람 순서는 선택에 의해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사실 바닥에 적힌 숫자는 관람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 단순히 길을 구분하기 위한 목적에 가까운 것이죠. 어떤 길을 먼저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험의 순서가 바뀌게 되고, 전시 자체가 하나의 시뮬레이션 같은 프로토타입이 되는 것입니다.
<Prototype>, 2025, FRP, (H) 280cm
저는 1번 길을 첫 순으로 택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번 방을 중점으로 두고 설명해보려 합니다.
출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높이가 약 3m에 달하는 거대한 조각상 세 개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사방의 벽은 거울이 배치되어 조각상이 무한히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 조각상 세 개의 제목은 모두 동일하고 서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사실 세 개라는 수량은 임의적일 뿐, 무의미합니다. 각각의 조각상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미술사 속 기념비적인 작품들처럼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 아닌, 그저 임시로 출력된 프로토타입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동일한 입력값에 의해 세 개든, 다섯 개든, 백 개든 제한없이 얼마든지 출력될 수 있습니다. 이 프로토타입의 무한 복제성을 사방의 거울을 배치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전시 전경
이제 이 프로토타입의 개념을 초상화라는 장르와 연결 지어보겠습니다. 안쪽의 방으로 들어서면 인물 초상이 그려진 여섯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 놓인 <ID picture>(2021)는 머리가 짧은 인물의 초상을 흑백과 컬러, 두 버전으로 제시한 두 점이 작품입니다. 또한 오른쪽의 <Portrait>(2022) 역시 총 두 점으로, 짧은 머리의 인물과 단발의 인물을 각각 컬러로 제시합니다. 그 맞은편에는 이 <Portrait>을 좌우 반전해 비추는 거울 작품, <Outline>(2022)이 두 점 놓여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쌍을 이루는 각각의 작품들의 캡션이 모두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규격이 조금 다른 <Outline>을 제외하면, <ID picture>, <Portrait>은 제목과 연도, 재료와 규격까지 모두 같아 텍스트만으로는 작품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마련한 장치로, 전시의 대주제인 ‘프로토타입’과 직결됩니다. 마치 이전에 보고 온 세 점의 조각, <Prototype>(2025)처럼 각각의 작품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기에 제목을 구분하지 않은 것입니다. 각각의 작품이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찬가지 ‘프로토타입’ 상태의 것으로 얼마든지 변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것을 초상화라는 장르와 연결했을까요? 전통적으로 인물의 초상은 특정 인물을 식별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늘날의 프로필 사진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과도하게 발달한 지금, 우리는 이미지의 원본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드뭅니다. 대부분 보정과 편집을 거쳐 사용하고, 심지어는 ‘프사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실제와 이미지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전시 전경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부릅뜬 눈, 무표정한 얼굴, 성별을 알 수 없는 짧은 기장의 헤어스타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뚜렷한 특징이 없기에 고유한 신원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익명성이나 불특정성, 변조 가능성을 띄게 됩니다. 이는 나의 얼굴도, 너의 얼굴도 아닌 언제든 누구의 얼굴이 될 수 있는 초상이며, 동시에 ‘프로토타입’의 개념을 시각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옥승철의 작업은 초상을 ‘정체성의 기록’이 아닌 ‘변형 가능한 유동적 존재’로 재정의하여, 이 또한 하나의 프로토타입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오늘날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고 유통되는지를 체험하게 하며, 원본과 복제의 개념 자체를 무너뜨리고 위계를 전복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합니다. 이번 글에서 저는 1번 방의 작품들을 위주로 소개해드리지만, 전시장에서는 2번과 3번 방까지, 회화와 조각을 포함해 총 80여 점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만화나 영화 등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복제한 작품들은 모두 처음에는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어 전시장에서 잠깐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모습,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작가의 철학을 유심히 살펴보며 여러분만의 감각으로 전시를 관람해보시길 바랍니다.
롯데뮤지엄은 매일 11시, 14시, 16시에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별도의 오디오 도슨트는 없으니 설명과 함께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은 시작 시각에 맞춰 전시장을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롯데뮤지엄 바로 입구에 ‘겟썸커피’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창가 바 자리에서는 잠실 석촌호수 뷰를 보면서 간단한 다과를 즐기실 수 있답니다.
또한 같은 층에 위치한 ‘롯데갤러리 아트홀’ 에서도 다양한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8월 30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장승택 《겹》이 개최중이니. 롯데뮤지엄에 방문하신다면 놓치지말고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주소]
* 롯데뮤지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7층 롯데뮤지엄)
* 영업시간: 10:30~19:00 (마지막 입장은 18:30까지 입니다.)
* 여기를 클릭하면 롯데월드./롯데월드몰/에비뉴엘에서 오는 경로를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차]
* 롯데월드몰 주차장 GATE 3 (송파구, 올림픽로 300 (신천동 29))
* 기본 요금 : 10시~20시는 10분당 평일 300원, 주말 500원 / 그 외 시간 : 200원, 1일 최대 요금 45,000원
* 시네마, 아쿠아리움, 뮤지엄 당일 티켓 소지자: 10분당 200원 최대 4시간까지(4,800원), 초과분은 기본 요금 체계 적용
* 여기를 클릭해 주차정보를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롯데뮤지엄은 길이 조금 복잡합니다. 롯데타워 건물로 들어오시면 7층으로 연결되고, 롯데 에비뉴엘로 들어오시면 6층으로 연결되어요. 계신 곳이 어떤 건물인지에 따라 층이 다르니 유의해주세요!
* 대중교통(지하철):
1) 2호선
1, 2번 출구 사이 → 잠실점 에비뉴엘 진입 → ‘ON and the Beauty’ 맞은편 E/V 탑승 → 6F → 6F 약도 참조
2) 8호선
17Gate → 롯데월드몰 진입 → 플라잉 타이거 방향 직진 → 엔제리너스커피 우회 → 타워 입구 → 우측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F 이동 → 포디엄 E/V 탑승 → 7F
18Gate → 롯데월드몰 진입 → 롯데리아 방향 직진 → 엔제리너스커피 우회 → 타워 입구 → 우측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F 이동 → 포디엄 E/V 탑승 → 7F
에비뉴엘 6층 혹은 롯데타워 7층에 도착하셨다면, 겟썸커피를 지나야 롯데뮤지엄 입구가 나오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이 지도 이미지를 참고하여 안쪽까지 들어오시면 된답니다.
** 추가 정보
- 개인 물품 보관함: 1시간 무료, 이후 시간당 2,000원 추가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