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투라 서울 전경. 푸투라 서울 제공
북촌에 위치한 푸투라 서울에서는 빛, 시간, 공간을 소재로 입체적인 작업을 하는 안소니 맥콜(1946-)의 개인전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1972년 영국에서 제작된 <불의 풍경(Landscape for Fire, 1972)>으로 유명한 안소니 맥콜(1946-)의 이번 전시는 초기 필름 퍼포먼스 작업을 비롯, 1973년의 전환점이 된 <원뿔을 그리는 선(Line Describing a Cone)>을 시작으로 전개된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더욱 정교해진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와 <스카이라이트(Skylight, 2020)> 등의 작업이 전시됩니다.
푸투라 서울은 디자인 스튜디오 WGNB 백종환 대표가 디자인 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두 개의 존으로 구분되는데요. 첫 번째 존은 1층 로비와 후원, 2층 전시실과 중정공간, 3층 테라스와 옥상 정원으로 나뉘어 있고 두 번째 존은 하나의 대형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라스와 옥상 정원까지 이어지는 개성 있고 섬세한 푸투라 서울의 공간은 작품 감상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푸투라 서울의 하이라이트 전시 공간인 ‘백 개의 시’에서는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와 <스카이라이트(Skylight, 2020)>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전시 하나를 한 편의 시로 여기고 100개의 시를 써 내려가는 마음으로 준비한 공간이라고 합니다.전시 공간에 시적인 이름을 부여하고 자연의 경치에서 영감을 얻은 건축적 요소에서 푸투라 서울이 추구하는 가치와 자부심, 예술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름의 초입. 푸투라 서울에서의 안소니 맥콜 전시를 적극 추천합니다.

안소니 맥콜은 1946년 영국 런던 교외 세인트 폴스 크레이(Saint Paul’s Cray)에서 태어났습니다. 1964–1968년 런던의 레이번스본 대학교(Ravensbourne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했고요. 맥콜은 실험영화와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실험 둘 다의 영향을 받았고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여러 매체를 다루면서 고정된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맥콜은 1970년대에 런던 영화 제작자 집단(London Film-Makers Co‑operative)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필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특성과 시간성에 주목하고 야외에서 불을 활용한 퍼포먼스 기반의 실험 영화 작업을 활발히 해왔습니다. 1972년에 발표한 불 퍼포먼스 기록 영화 <불의 풍경(Landscape for Fire, 1972)〉이 초기 대표작이며,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원뿔을 그리는 선(Line Describing a Cone, 1973)>을 시작으로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 영화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2차원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영사기의 불빛은 스크린이 아닌 공간에 영사되며 연기 속에서 원뿔 모양의 조각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을 ‘고체광(light sculpture)'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는 스크린이 아닌 공간에서 조각을 보게 되는데 고정된 조각이 아닌 시시각각 그 조각의 물질성이 해체된 빛의 조각 작품을 보게 됩니다.
에세이 영화 <주장>(Argument, 1978, 앤드루 틴달과 공동 감독)을 제작하기도 했던 맥콜은 1970년대 후반에는 회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 작업하던 고체광 작품이 전시장에 형체가 드러나기를 반복적으로 실패하자 이후 약 20년간 창작을 중단합니다. 고체광이 보이려면 뿌연 연기와 유사한 것들이 공기 중에 존재해야 합니다. 안소니 맥콜은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를 25년간 경영합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프로젝터와 안개 장치의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고체광‘의 가시화에 성공하게 되고 맥콜은 다시 본격적으로 ‘고체광’ 작업을 재개합니다. 이후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 <얼굴을 마주 보고(Face to Face, 2003)>, <커플링(Coupling, 2009)> 등 다양한 빛조각 설치를 지속적으로 선보입니다. 또한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른 영역들과의 융합을 통해 확장 시네마(expanded cinema)를 선도하고 끊임없이 영화를 재정의해 나갑니다.
안소니 맥콜은 관객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조각을 통과하며 몸으로 경험하고 감각하도록 관객참여를 유도합니다.


아카이브 룸에는 안소니 맥콜이 기록한 작업 과정이 상세하게 전시되고 있습니다. 안소니 맥콜의 작업에 있어 기록 과정은 무척 중요합니다. 스케치, 시각자료들, 다이어그램, 계산 과정 등 안소니 맥콜의 창작 과정에 관한 기록은 180여 권에 달합니다. 맥콜은 설치작업과 퍼포먼스에 관한 구상 과정도 상세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백 개의 시’에서 전시되고 있는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와 <스카이라이트(Skylight, 2020)>를 보고 아카이브 룸에 전시된 자료들을 보면 안소니 맥콜의 철저히 계산된 과정의 스케치의 과정들이 왜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숨결III(Breath(III)(2011)>. 풋프린트 드로잉, 7점 세트, 종이에 목탄, 각 35.6×28cm
이 일곱 개의 풋프린트 드로잉으로 구성된 이 시퀀스는 안소니 맥콜의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 중 하나인 수직 구조 설치작품 <숨결III(Breath(III)(2011)>의 주요한 토대가 되는 작업입니다.

<불의 풍경(Landscape for Fire, 1972)>. 16mm 컬러 필름(비디오 전환), 6분 55초
약 7분 정도 진행되는 <불의 풍경>은 16mm 컬러 필름과 광학 사운드로 제작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비행장이었던 북웨이드 인근 공터를 무대로 한 이 퍼포먼스는 영국 아티스트 그룹 Exit과 함께 6 × 6 배열의 불꽃 그리드(36점)를 사전에 철저히 수학적 계산으로 계획된 ‘스코어(score)’에 따라 점화하여 차례로 꺼뜨리는 퍼포먼스입니다.
퍼포머들은 흰 옷을 입은 채 공터를 행진하듯 이동합니다. 불을 사용한 야외 퍼포먼스 기록에서 출발한 <불의 풍경>은 단순히 필름 위에 퍼포먼스를 기록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재조직하고 영상을 편집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불의 풍경>은 불꽃의 점화와 소멸, 공간의 구성 변화를 통해 시간성과 물질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맥콜은 <불의 풍경>을 편집하면서 아방가르드 영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앤디 워홀, 마이클 스노우, 폴 샤리츠 등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맥콜은 영화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이후 1973년 <원뿔을 묘사하는 선>이라는 작품을 구상합니다.
이 작업은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의 출발점이 됩니다.
<불의 풍경>은 영화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빛'이라는 매체를 탐구하고 조각, 퍼포먼스, 그리고 시간성을 아우르며 빛을 공간 예술로 확장시켜 나갑니다.


<써큘레이션 피겨스Circulation Figures>> 1972/2011
16mm 필름을 비디오로 변환한 작품; 거울, 양면 프로젝션 스크린, 구겨진 신문지, 35분 42초
작품제목 <Circulation Figures>는 신문이나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발행·유통 부수’를 뜻하는데요. 이것은 정보와 이미지가 어떻게 순환되고 소비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작품은 1972년 런던에서 처음 선보인 설치작품으로 관객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전시였습니다. 구겨진 신문지가 쌓여 있는 바닥 중앙에는 서로 마주 보는 거대한 거울 한 쌍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전시에 초대된 사진작가와 영화 제작자들은 설치작품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존재를 기록합니다. 2011년에 안소니 맥콜은 이 퍼포먼스를 설치작품으로 재구성합니다. 새로운 전시에서 설치는 이전과 같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중앙에 추가로 스크린이 설치된 것입니다. 그 스크린에는 당시 촬영된 영상이 투사됩니다. 스크린에는 참여자의 움직임과 소리, 셔터음 등이 교차되고 관객은 설치물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신문지와 스크린에 비친 영상이 거대한 거울 속에서 거듭 겹쳐지고 관객은 그 속에 자리한 여러 겹의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작품의 일부가 된 관객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고, 스스로 그 이미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관객은 스스로 참여한 퍼포먼스에서 카메라와 영상으로 그 광경을 담아내게 되는데요. 이때 동일한 이미지는 한순간도 없고 이미지는 끊임없이 생산, 소비되며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관객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이러한 이미지들을 마주하면서 공간의 곳곳을 계속 돌아다니게 됩니다.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맥콜의 예술 세계를 시간과 공간 개념의 실험으로 연결시킵니다.
2011년 이후의 작업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 이미지 순환과 소비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가 반영됩니다. 신문과 영상,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는 이처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재구성되는데 이처럼 교차되는 시대의 감각과 사유를 맥콜은 빛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콜의 작업은 1970년대 예술계에서 부상한 '확장 시네마(Expanded Cinema)'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런던 영화인 협동조합의 일원이었던 맥콜은, 런던과 뉴욕의 아방가르드 영화운동에서 '확장 시네마' 개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확장 시네마’란 전통적인 영화 형식을 넘어서는 예술적 표현으로, 영화의 경계를 퍼포먼스,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와 결합한 새로운 형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확장영화는 영화의 본질인 빛과 시간에 대한 탐구를 추구하면 할수록 본래의 영화에서 멀어진다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이것은 필름과 스크린에 영사되는 이미지의 단독 실험이 아니라 물질성에 집착하지 않는 현대조각과 현대음악, 개념주의와 퍼포먼스를 영화와 통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역설로 이러한 역설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맥콜의 작업은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당신과 나 사이> 2006. 2개의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션, 헤이즈 머신, 32분, 반복 상영
<당신과 나 사이>는 빛, 공간, 시간, 그리고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는 맥콜의 예술적 탐구가 집약된 대표작이에요. 10.8미터 높이의 천장에서 바닥으로 나란히 투사되는 두 개의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형상은 32분간 서로의 흐름에 따라 겹치고 스며들며 변화합니다. 작가는 영화의 본질적 요소인 시간과 빛을 매체로 삼고 스크린이 아닌 공간에 빛을 투사함으로써 관객이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유도합니다.
영화가 시간에 초점을 둔다면, 설치예술은 공간에 중점을 둡니다. 이 작품은 두 개념을 동시에 탐구하는데요, 시간과 공간의 통합을 통해 변화하는 공간을 만듭니다. <당신과 나 사이>는 관객과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탐구이기도 합니다. 두 형태의 '솔리드 라이트'는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특성을 취하고 교환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은유합니다.
“내 작품들은 관객의 물리적 존재를 요구한다. 당신의 몸이, 지금 여기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안소니 맥콜



<스카이라이트> 2020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션, 2채널 스피커, 헤이즈 머신 사운드트랙: 데이비드 그립스, 16분 반복 상영
<스카이라이트>는 안소니 맥콜의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의 최신작 중 하나입니다. <당신과 나 사이>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안개로 투사된 빛이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며 3차원 공간에서 원뿔모양의 입체적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공간에 영사된 빛은 원뿔모양의 입체적인 조각을 만들어냅니다. 안개처럼 퍼져나가는 연기는 빛을 가시화합니다. 이 작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관객은 작품의 안팎을 돌아다님으로써 빛과 선의 변화, 비물질적인 원뿔형태의 조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영화와 유사한 측면이 있죠. 스크린은 없지만 스크린 대신 공간 속에서 시간이라고 하는 것이 작동하는 점은 영화와 유사합니다. 맥콜이 처음부터 빛을 조각의 재료로 써야겠다고 의식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방식의 실험을 통해 영화에 대해 품었던 질문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빛조각을 보는 중에 연신 들리는 천둥과 번개를 연상시키는 소리는 데이비드 그럽스(David Grubbs)가 작곡한 몰입형 사운드스케이프 오디오입니다. 이 작품은 2020년 모형 크기로 처음 제작되었으며, 2025년 푸투라 서울에서 실물 크기로 처음으로 전시되는 것입니다.

안소니 맥콜 전시에 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자료를 첨부해 두겠습니다.
<씨네 21> [기획] 빛과 안개, 공간의 시네마 -푸투라 서울, 앤서니 매콜 개인전 (클릭)
영화와 미술의 경계가 와해될 때 -푸투라 서울 안소니 맥콜 개인전①
21세기 매콜의 귀환 -푸투라 서울, 앤서니 매콜 개인전②
이 전시는 도슨트가 없습니다.
무료 오디오 가이드(클릭)를 이용하세요.



푸투라 서울 내에 카페가 있습니다.
갤러리에서 내려오다 보면 수제 푸딩 <푸노야>가 있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61(03052)
[교통]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근 주차장
정독도서관 공영주차장,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48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현대계동사옥 주차장, 서울 종로구 율곡로 75
대중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600미터 가량 직진하시면 가회동 성당 옆 푸투라 서울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버스
일반 버스: 109, 151, 162, 171, 172, 710, N51
지선 버스: 8111, 7025
순환 버스: 01A
공항 버스: 6011
투어 버스: TOUR01
마을 버스: 종로01, 종로02
안국역 사거리에서 배스킨 라빈스를 왼쪽으로 두고 600미터 가량 직진하시면 푸투라 서울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탁선

푸투라 서울 전경. 푸투라 서울 제공
북촌에 위치한 푸투라 서울에서는 빛, 시간, 공간을 소재로 입체적인 작업을 하는 안소니 맥콜(1946-)의 개인전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1972년 영국에서 제작된 <불의 풍경(Landscape for Fire, 1972)>으로 유명한 안소니 맥콜(1946-)의 이번 전시는 초기 필름 퍼포먼스 작업을 비롯, 1973년의 전환점이 된 <원뿔을 그리는 선(Line Describing a Cone)>을 시작으로 전개된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 그리고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더욱 정교해진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와 <스카이라이트(Skylight, 2020)> 등의 작업이 전시됩니다.
푸투라 서울은 디자인 스튜디오 WGNB 백종환 대표가 디자인 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두 개의 존으로 구분되는데요. 첫 번째 존은 1층 로비와 후원, 2층 전시실과 중정공간, 3층 테라스와 옥상 정원으로 나뉘어 있고 두 번째 존은 하나의 대형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라스와 옥상 정원까지 이어지는 개성 있고 섬세한 푸투라 서울의 공간은 작품 감상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푸투라 서울의 하이라이트 전시 공간인 ‘백 개의 시’에서는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와 <스카이라이트(Skylight, 2020)>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전시 하나를 한 편의 시로 여기고 100개의 시를 써 내려가는 마음으로 준비한 공간이라고 합니다.전시 공간에 시적인 이름을 부여하고 자연의 경치에서 영감을 얻은 건축적 요소에서 푸투라 서울이 추구하는 가치와 자부심, 예술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름의 초입. 푸투라 서울에서의 안소니 맥콜 전시를 적극 추천합니다.
안소니 맥콜은 1946년 영국 런던 교외 세인트 폴스 크레이(Saint Paul’s Cray)에서 태어났습니다. 1964–1968년 런던의 레이번스본 대학교(Ravensbourne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했고요. 맥콜은 실험영화와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실험 둘 다의 영향을 받았고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여러 매체를 다루면서 고정된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맥콜은 1970년대에 런던 영화 제작자 집단(London Film-Makers Co‑operative)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필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특성과 시간성에 주목하고 야외에서 불을 활용한 퍼포먼스 기반의 실험 영화 작업을 활발히 해왔습니다. 1972년에 발표한 불 퍼포먼스 기록 영화 <불의 풍경(Landscape for Fire, 1972)〉이 초기 대표작이며,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원뿔을 그리는 선(Line Describing a Cone, 1973)>을 시작으로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 영화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는 2차원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영사기의 불빛은 스크린이 아닌 공간에 영사되며 연기 속에서 원뿔 모양의 조각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을 ‘고체광(light sculpture)'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는 스크린이 아닌 공간에서 조각을 보게 되는데 고정된 조각이 아닌 시시각각 그 조각의 물질성이 해체된 빛의 조각 작품을 보게 됩니다.
에세이 영화 <주장>(Argument, 1978, 앤드루 틴달과 공동 감독)을 제작하기도 했던 맥콜은 1970년대 후반에는 회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 작업하던 고체광 작품이 전시장에 형체가 드러나기를 반복적으로 실패하자 이후 약 20년간 창작을 중단합니다. 고체광이 보이려면 뿌연 연기와 유사한 것들이 공기 중에 존재해야 합니다. 안소니 맥콜은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를 25년간 경영합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프로젝터와 안개 장치의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고체광‘의 가시화에 성공하게 되고 맥콜은 다시 본격적으로 ‘고체광’ 작업을 재개합니다. 이후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 <얼굴을 마주 보고(Face to Face, 2003)>, <커플링(Coupling, 2009)> 등 다양한 빛조각 설치를 지속적으로 선보입니다. 또한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른 영역들과의 융합을 통해 확장 시네마(expanded cinema)를 선도하고 끊임없이 영화를 재정의해 나갑니다.
안소니 맥콜은 관객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조각을 통과하며 몸으로 경험하고 감각하도록 관객참여를 유도합니다.
아카이브 룸에는 안소니 맥콜이 기록한 작업 과정이 상세하게 전시되고 있습니다. 안소니 맥콜의 작업에 있어 기록 과정은 무척 중요합니다. 스케치, 시각자료들, 다이어그램, 계산 과정 등 안소니 맥콜의 창작 과정에 관한 기록은 180여 권에 달합니다. 맥콜은 설치작업과 퍼포먼스에 관한 구상 과정도 상세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백 개의 시’에서 전시되고 있는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I, 2006)>와 <스카이라이트(Skylight, 2020)>를 보고 아카이브 룸에 전시된 자료들을 보면 안소니 맥콜의 철저히 계산된 과정의 스케치의 과정들이 왜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숨결III(Breath(III)(2011)>. 풋프린트 드로잉, 7점 세트, 종이에 목탄, 각 35.6×28cm
이 일곱 개의 풋프린트 드로잉으로 구성된 이 시퀀스는 안소니 맥콜의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 중 하나인 수직 구조 설치작품 <숨결III(Breath(III)(2011)>의 주요한 토대가 되는 작업입니다.
<불의 풍경(Landscape for Fire, 1972)>. 16mm 컬러 필름(비디오 전환), 6분 55초
약 7분 정도 진행되는 <불의 풍경>은 16mm 컬러 필름과 광학 사운드로 제작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비행장이었던 북웨이드 인근 공터를 무대로 한 이 퍼포먼스는 영국 아티스트 그룹 Exit과 함께 6 × 6 배열의 불꽃 그리드(36점)를 사전에 철저히 수학적 계산으로 계획된 ‘스코어(score)’에 따라 점화하여 차례로 꺼뜨리는 퍼포먼스입니다.
퍼포머들은 흰 옷을 입은 채 공터를 행진하듯 이동합니다. 불을 사용한 야외 퍼포먼스 기록에서 출발한 <불의 풍경>은 단순히 필름 위에 퍼포먼스를 기록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재조직하고 영상을 편집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불의 풍경>은 불꽃의 점화와 소멸, 공간의 구성 변화를 통해 시간성과 물질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맥콜은 <불의 풍경>을 편집하면서 아방가르드 영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앤디 워홀, 마이클 스노우, 폴 샤리츠 등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맥콜은 영화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이후 1973년 <원뿔을 묘사하는 선>이라는 작품을 구상합니다.
이 작업은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의 출발점이 됩니다.
<불의 풍경>은 영화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빛'이라는 매체를 탐구하고 조각, 퍼포먼스, 그리고 시간성을 아우르며 빛을 공간 예술로 확장시켜 나갑니다.
<써큘레이션 피겨스Circulation Figures>> 1972/2011
16mm 필름을 비디오로 변환한 작품; 거울, 양면 프로젝션 스크린, 구겨진 신문지, 35분 42초
작품제목 <Circulation Figures>는 신문이나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발행·유통 부수’를 뜻하는데요. 이것은 정보와 이미지가 어떻게 순환되고 소비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작품은 1972년 런던에서 처음 선보인 설치작품으로 관객이 참여하는 퍼포먼스 전시였습니다. 구겨진 신문지가 쌓여 있는 바닥 중앙에는 서로 마주 보는 거대한 거울 한 쌍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전시에 초대된 사진작가와 영화 제작자들은 설치작품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존재를 기록합니다. 2011년에 안소니 맥콜은 이 퍼포먼스를 설치작품으로 재구성합니다. 새로운 전시에서 설치는 이전과 같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중앙에 추가로 스크린이 설치된 것입니다. 그 스크린에는 당시 촬영된 영상이 투사됩니다. 스크린에는 참여자의 움직임과 소리, 셔터음 등이 교차되고 관객은 설치물 주변을 돌아다닙니다. 신문지와 스크린에 비친 영상이 거대한 거울 속에서 거듭 겹쳐지고 관객은 그 속에 자리한 여러 겹의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작품의 일부가 된 관객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하고, 스스로 그 이미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관객은 스스로 참여한 퍼포먼스에서 카메라와 영상으로 그 광경을 담아내게 되는데요. 이때 동일한 이미지는 한순간도 없고 이미지는 끊임없이 생산, 소비되며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관객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이러한 이미지들을 마주하면서 공간의 곳곳을 계속 돌아다니게 됩니다.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맥콜의 예술 세계를 시간과 공간 개념의 실험으로 연결시킵니다.
2011년 이후의 작업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 이미지 순환과 소비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가 반영됩니다. 신문과 영상,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는 이처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재구성되는데 이처럼 교차되는 시대의 감각과 사유를 맥콜은 빛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콜의 작업은 1970년대 예술계에서 부상한 '확장 시네마(Expanded Cinema)'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런던 영화인 협동조합의 일원이었던 맥콜은, 런던과 뉴욕의 아방가르드 영화운동에서 '확장 시네마' 개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확장 시네마’란 전통적인 영화 형식을 넘어서는 예술적 표현으로, 영화의 경계를 퍼포먼스, 설치,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와 결합한 새로운 형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확장영화는 영화의 본질인 빛과 시간에 대한 탐구를 추구하면 할수록 본래의 영화에서 멀어진다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이것은 필름과 스크린에 영사되는 이미지의 단독 실험이 아니라 물질성에 집착하지 않는 현대조각과 현대음악, 개념주의와 퍼포먼스를 영화와 통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역설로 이러한 역설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맥콜의 작업은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당신과 나 사이>는 빛, 공간, 시간, 그리고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는 맥콜의 예술적 탐구가 집약된 대표작이에요. 10.8미터 높이의 천장에서 바닥으로 나란히 투사되는 두 개의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형상은 32분간 서로의 흐름에 따라 겹치고 스며들며 변화합니다. 작가는 영화의 본질적 요소인 시간과 빛을 매체로 삼고 스크린이 아닌 공간에 빛을 투사함으로써 관객이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유도합니다.
영화가 시간에 초점을 둔다면, 설치예술은 공간에 중점을 둡니다. 이 작품은 두 개념을 동시에 탐구하는데요, 시간과 공간의 통합을 통해 변화하는 공간을 만듭니다. <당신과 나 사이>는 관객과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탐구이기도 합니다. 두 형태의 '솔리드 라이트'는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특성을 취하고 교환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은유합니다.
<스카이라이트> 2020 디지털 비디오 프로젝션, 2채널 스피커, 헤이즈 머신 사운드트랙: 데이비드 그립스, 16분 반복 상영
<스카이라이트>는 안소니 맥콜의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 시리즈의 최신작 중 하나입니다. <당신과 나 사이>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안개로 투사된 빛이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며 3차원 공간에서 원뿔모양의 입체적 형태를 만들어냅니다. 공간에 영사된 빛은 원뿔모양의 입체적인 조각을 만들어냅니다. 안개처럼 퍼져나가는 연기는 빛을 가시화합니다. 이 작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관객은 작품의 안팎을 돌아다님으로써 빛과 선의 변화, 비물질적인 원뿔형태의 조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영화와 유사한 측면이 있죠. 스크린은 없지만 스크린 대신 공간 속에서 시간이라고 하는 것이 작동하는 점은 영화와 유사합니다. 맥콜이 처음부터 빛을 조각의 재료로 써야겠다고 의식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방식의 실험을 통해 영화에 대해 품었던 질문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빛조각을 보는 중에 연신 들리는 천둥과 번개를 연상시키는 소리는 데이비드 그럽스(David Grubbs)가 작곡한 몰입형 사운드스케이프 오디오입니다. 이 작품은 2020년 모형 크기로 처음 제작되었으며, 2025년 푸투라 서울에서 실물 크기로 처음으로 전시되는 것입니다.
안소니 맥콜 전시에 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자료를 첨부해 두겠습니다.
<씨네 21> [기획] 빛과 안개, 공간의 시네마 -푸투라 서울, 앤서니 매콜 개인전 (클릭)
영화와 미술의 경계가 와해될 때 -푸투라 서울 안소니 맥콜 개인전①
21세기 매콜의 귀환 -푸투라 서울, 앤서니 매콜 개인전②
이 전시는 도슨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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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투라 서울 내에 카페가 있습니다.
갤러리에서 내려오다 보면 수제 푸딩 <푸노야>가 있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61(03052)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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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차장
정독도서관 공영주차장,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48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현대계동사옥 주차장, 서울 종로구 율곡로 75
대중교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오셔서, 600미터 가량 직진하시면 가회동 성당 옆 푸투라 서울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버스
일반 버스: 109, 151, 162, 171, 172, 710, N51
지선 버스: 8111, 7025
순환 버스: 01A
공항 버스: 6011
투어 버스: TOUR01
마을 버스: 종로01, 종로02
안국역 사거리에서 배스킨 라빈스를 왼쪽으로 두고 600미터 가량 직진하시면 푸투라 서울에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