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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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입구 전경 (이미지 출처ㅣ김창열미술관 홈페이지)


제주도에 가면 꼭 들리는 미술관이 있습니다. 바로 2016년 제주도에 개관된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입니다. 이곳은 동서양의 미학을 모두 품고 있는 김창열 화백의 정신을 기리며, 그의 작품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작가들과 후대 작가들의 기획전시가 꾸준히 열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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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화백 (이미지 출처ㅣ김창열미술관 홈페이지)


김창열 화백은 누구?


화가 김창열(金昌烈, Kim Tschang-yeul, 1929년 12월 24일 ~ 2021년 1월 5일)은 1929년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께 서예를 사사하고, 외삼촌에게 데생을 배우며 자연스레 화가의 꿈을 꾸었습니다. 어릴 적 꿈을 따라 194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나, 곧바로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던 그는 강제 징용을 피하기 위해 월남하여 경찰학교에 지원해서 1955년까지 경찰로 생활하기도 했고, 또 고등학교 교사 자격 검정시험에 합격해 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한국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겪고 그의 꿈을 제대로 꽃 피우지 못했던 상황은 그를 괴롭게 했고, 물방울 그림이 시작되기 전 초기의 화폭에는 당시의 고통을 그대로 담은 <제사>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화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된 것은 바로 1960년대부터였습니다. 1957년에는 한국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해 박서보, 정창섭, 하인두 등과 함께 한국의 급진적 앵포르멜을 이끌었고, 1961년 제2회 파리 비엔날레와 1965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참가하면서 그의 눈길은 한국이 아닌 세계 무대로 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세계 2차대전의 종전 이후 세계 미술의 중심지가 되었던 뉴욕으로 향한 그는, 1965년 미국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당시 미국에서 대두된 추상표현주의부터 미니멀리즘, 네오다다 등 여러 미술사조들을 온몸으로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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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캔버스에 유채, 1967


"살점을 긁어낸 듯한 다분히 표현성을 띤 점들이 뉴욕의 냉랭한 공기에 씻겨 냉각되었다고 할까요. 점이 구체성을 띠면서 슈르레알리즘(Surrealism: 초현실주의)의 양상으로 변해간 거죠.

내면의 뜨거운 응어리들이 점차 응결되고 냉각되어 공같이 된 흰 구체를 다루었습니다." 

- 김창열


1969년까지 뉴욕에 머물던 그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60년대 중반, 당시 미국에서는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이 점차 대세가 되어가던 시기였고 물질에 기반한 이러한 미술양식은 그에게 생동감이 결여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굉장히 거칠고, 강렬한 마띠에르가 특징이며, 한국전쟁에서 겪었던 민족적, 개인적 고통과 더불어 뉴욕에서의 고단하고 외로운 정서를 둥근 무기질의 알 형상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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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전>, 캔버스에 아크릴릭, 1970


그러던 그의 그림에서 조금씩 물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은 1969년이었습니다. 결국 뉴욕에서의 삶을 접고 귀국하려던 그는 조각가 문신의 권유로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되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시작하며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60년대 미국 팝아트의 재현적인 양식을 차용해 단단한 구체의 형상을 그렸던 그는 점점 점액질처럼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밀도 높은 액체의 형상으로 화폭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제작된 것이 바로 <현상>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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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일어난 일>, 캔버스에 아크릴릭, 1972 (이미지 출처ㅣ김창열미술관 홈페이지)


이 점액질의 액체가 점점 맑고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2년, 우연히 캔버스 뒷면에 뿌린 물방울 위로 반짝이던 새벽 밤의 빛이었습니다. 반짝 빛나다가 결국 사라지는 찰나의 인생을 엿보았던 그는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 최초의 물방울 그림인 <밤에 일어난 일>을 출품하게 되면서 ‘물방울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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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울 T13>, 마포에 유채,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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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BV83004> 부분,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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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ENS8302> 부분, 마포에 염료, 유채, 1981


첫 번째 전시인 《물방울의 방 1972-1983》에서는 <밤에 일어난 일> 이후의 초기 물방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쌀알처럼 작은 물방울이 화면 전체를 뒤덮기도, 때로는 누군가 후두둑 흘려놓은 눈물방울처럼 물 자국을 남기기도, 또 때로는 창가에 조록조록 내리는 물방울의 물기 어린 자국이 비치기도 하면서 그의 물방울은 다양한 모습으로 그의 화폭을 채워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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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하인두 김창열》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두 번째 전시, 《내 속에 꿈틀거리는 한 가닥 진심-하인두 김창열》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본격적으로 김창열 화백의 일대기와 그와 함께 현대미술가협회에서 활동했던 동료 작가 ‘하인두’의 작업 세계를 함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초기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물방울 이전의 시간을 따라가 보며, 김창열이라는 한 예술가가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 작품을 통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전쟁의 상처와 낯선 타국에서의 고독, 언어 장벽 속에서 겪은 깊은 내면의 갈등과 고통은 초기 작품들 속 강한 붓질과 거친 질감으로 표출되었고, 이는 <현상>, <제사>와 같은 표현주의적 회화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1972년, 최초의 물방울 그림을 그리면서 이를 기점으로 김창열은 내면의 고통을 ‘물방울’이라는 새로운 조형 언어로 그려내기 시작합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탄생한 물방울이 단순히 아름답고 반짝이는 자연의 이미지가 아닌, 작가가 삶을 살아내며 길어 올렸던 정신의 결정체임을 보여줍니다. 그가 그린 한 방울 물방울 속에는 민족과 개인사적인 상처를 비워내고자 했던 긴 수행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번 전시를 통해 물방울 너머에 깃든 그의 내면과 마주하며, 그 깊이와 울림을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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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는 현장에서 큐알코드 스캔을 통해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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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 티 뮤지엄


김창열미술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는 오설록 티 뮤지엄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의 숲과 녹차밭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티타임을 가지며, 일상에서 벗어난 편안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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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이미지 출처ㅣ김창열미술관 홈페이지)


[주소]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영업시간]

매일 9:00~18:00 (입장 마감 17:30)

7-9월 하절기는 19시까지 (입장 마감 18:3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날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 평일 휴관)


[오시는 길]

- 승용차(자가용) 이용시

1) 제주시에서 평화로 이용

제주 국제공항 → 노형로터리 → 무수천삼거리(1135번) → 제주 경마공원 → 새별오름 들불축제장 → 13번 광평교차로 진입(캐슬렉스 골프장) → 이시돌 목장 → 금악초등학교 → 라온골프장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2) 제주시에서 중산간 도로 이용

무수천삼거리(1136번) → 광평 1리 → 봉성리 → 상대리 → 동명교차로 → 금악초등학교 → 라온골프장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3) 서귀포시에서 평화로 이용

서귀포(1132번) → 중문동 → 창천삼거리(1116번) → 동광검문소 → 블랙스톤 골프장 → 금악 초등학교 → 라온 골프장 →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 버스 이용시

제주시 시외버스 터미널

제주 → 동광환승정류장(영어교육도시방면) → 제주현대미술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정류장


[주차]

기관 내 무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오시는 길, 주차 정보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하여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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