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그림이라는 별세계: 이건희컬렉션과 함께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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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 <그림이라는 별세계 : 이건희컬렉션과 함께>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의 제목인 그림이라는 별세계는 한국의 근대화단을 상징하는 이인성이 “화가의 미의식을 재현시킨 별세계(別世界)”입니다.  이것은 회화를 은유하는 것으로 작가들이 그림을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기로서의 회화, 색을 쌓는 작가의 행위에 주목한 1912년에서 1952년에 이르는 8인 작가의 작품들은 크게 ‘모습, 정경, 그리고 자연’, ‘색은 살아 움직인다’, ‘물질로 수행을 할 때’로 나뉘어 전시됩니다.  

<그림이라는 별세계: 이건희컬렉션과 함께>는 미술에 있어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매체인 회화에 주목하고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과 지역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과 리움미술관의 소장품 36점을 그 출발점으로 하여 개별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전시합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평면 예술인 회화는 진부한 듯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회화를 회화이게 만드는 고유의 특징이 된다는 전시 소개처럼 이 전시는 회화의 풍경, 색채, 물성의 개념에 집중하여 전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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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해방 후 발발한 6·25 전쟁, 남북분단, 그리고 이후 전후 혼란기에 이르기까지 너무 힘든 시대를 견뎌온 이 시기 작가들에게 화가로서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들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였으며 어떤 위로와 고난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방편이었을까요?


이인성, 강요배, 권옥연, 유영국, 김봉태, 방혜자, 하인두, 곽인식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1. 이인성. 1912-1950 

이인성(李仁星, 1912‑1950)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인상파와 고갱의 그림을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조선의 자연을 푸른 하늘과 붉은 땅의 강렬한 색 대비로 표현하여 생명력과 민족의 정체성을 향토적으로 잘 표현한 천재적인 작가입니다. 1934년에 그린 <가을 어느 날>은 이인성의 그림 중 가장 잘 알려져 있죠. 이 그림은 1934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한 이인성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이인성은 정물화도 많이 남겼는데요.  1940년대 초반에 그린 <정물> 역시 한국의 향토적인 색채가 물씬 나는 원색적인 과일들과 흙빛의 배경, 그리고 작가의 자신감 있는 과감한 붓터치가 두드러지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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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성. <인물(남자 누드)>. 1940년대 후반


이 작품은 한 손으로 얼굴 전체를 감싼 채 괴로워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이인성의 인물화입니다. 고민하는 남자의 뒤에는 족두리를 쓴 여인이 보이며, 그 뒤로는 또 다른 여인이 떠나가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인성이 1947년에 했던 세 번째 결혼을 앞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표현한 자화상이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림의 우측 하단에 이제껏 본 적 없던 별의 기호를 자신의 서명 아래 그려 넣은 점이 독특한 작품입니다.

 

 

2. 강요배.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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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는 고향 제주의 풍경을 그린 제주의 화가이자 4·3 항쟁의 화가, 민중미술 1세대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1980년대 초 ‘현실과 발언’ 동인 활동과 함께 민중과 역사, 그리고 자연을 예술로 표현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그는 고된 도시 생활에 지쳐 어린 시절 늘 함께 했던 풍요로운 자연이 있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작가는 자연과 함께 살고, 관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러한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심적 에너지를 풍경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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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두꺼비, 토끼, 계수나무, 항아>. 2007


"그림은 언어를 쓰지 않지만, 그 이면에는 말과 글, 즉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압축되어 있다"는 작가의 문장처럼, <두꺼비, 토끼, 계수나무, 항아>는 설화에서 온 이야기들을 보름달의 표면에 투사하여 그린 작품이에요.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달에 사는 두꺼비와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찧는다는 토끼 이야기, 그리고 중국 전설에서 달에 있는 궁에 산다는 선녀 항아까지, 강요배는 달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들을 상상하며 오묘한 색감의 신비로운 달의 세계를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는데요. 그림 속에는 두꺼비도, 토끼도, 계수나무도 없지만 바다인지 달이었는지 모를 저 푸른 화면을 고요히 바라보고 있자니 강요배 작가의 아이처럼, 세계를 바라보는 맑고 순수한 시선과 색채가 제 발길을 붙들어 놓았다고 해야 할까요? 전반적으로 강요배의 붓터치와 색채에는 그런 따듯한 리듬과 기운이 있어요. 작가가 말했던 “자연 속에 살아봐야 그런 선이 나온다”는, “쉭쉭하고 소리 나게 선이 그어지지 않으면 그림이 안 그려지는 것 같다”라는 것처럼말입니다. 강요배는 디지털 환경의 출발선에서는 자연의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느낌의 색과 선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말하고 있죠.


 

3. 권옥연. 192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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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연. <소녀>. 1984


권옥연은 자연을 비롯한 전통문화와 민속적 소재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을 그린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그림의 색조는 청색과 회색이 감도는 멜랑콜리한 정서가 느껴지고 한국의 토기에서 볼 수 있는 흙의 느낌으로 인해 토속적으로 보입니다. 순수함과 함께 허무주의적인 태도 또한 보여지는데요. 아마도 이런 느낌들은 표현적인 부분만 보자면 작가가 원색을 날 것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된 중간색을 개성 있게 사용했기 때문일 거예요. 권옥연은 특정 사조에 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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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연. <양지>. 1956


권옥연은 프랑스 유학 이후 많은 변화를 보입니다. 또한 일본 유학 시절 서구의 다양한 사조, 그중 고갱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 그림은 권옥연 작품의 초기 경향을 잘 보여주는 <양지>입니다. 보시다시피 그림에 고갱의 느낌이 많이 있죠? 실제로 권옥연은 "나의 그림은 고갱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작품을 고갱 시대라고 언급하기도 했답니다.



4. 유영국. 1916-2002

<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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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산>. 1977


유영국은 점, 선, 면, 형, 색 등 조형의 기본 요소를 통해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적인 인물이에요. 그는 주로 한국의 산을 많이 표현했는데요. 특히 고향이었던 울진의 산을 그 소재의 대상으로 삼았어요. 시각적인 자극을 중요시했던 작가는 주로 원색적인 색에 집중을 했답니다. 단순한 구도와 색면은 여러 번에 걸쳐 쌓아 올린 물감의 두께로 밀도 높은 화면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회화는 강렬한 원색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함과 평온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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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국. <산>. 1970년대


유영국의 <산> 시리즈는 한국 추상미술의 정점이 된 작품으로 산은 작가에게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닌 이미 작가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산의 형상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단순화하고 원색으로 단조롭게 대비를 주어 산의 절대적 존재감을 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유영국은 산이 많은 고장에서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작품에 산이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산을 좋아해서 단순히 묘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그는 산을 통해 삶과 내면을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유영국은 “어릴 때부터 본 산은 늘 내 마음속에 있었다.”, “산을 그리다 보면 그 속에 굽이굽이 길이 있고 그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유영국에게 ‘산’은 매우 중요합니다. 

 

“산을 생각하며 또 상상의 나래를 쫓아 그 무궁한 형태와 색감의 대비 등의 작업은 내 생애 끝까지 따를 것이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것이다.”

- 유영국, 1977

 

 

5. 김봉태. 1937- 

김봉태는 표현적이고, 기하학적인, 오브제와 조각적인 회화의 영역을 넘어가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인물입니다. 고도로 구조적이고 색채적인 작업을 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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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태. <우샤브티 시리즈>. 1972


김봉태는 미국 유학 시절에 아프리카 조각을 보고 강렬한 자극을 받습니다. 이 작품은 그때 보았던 아프리카 조각을 떠올리며 작업한 판화 <우샤브티 시리즈>입니다. 이 단순한 기하하학적인 도형의 제목인 우샤브티는 저승에서 죽은 자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 고대 이집트의 무덤 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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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태. <창문 시리즈 97-192>,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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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태. <창문 시리즈II 2003-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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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태. <창문 시리즈III 2003-22>, 2003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김봉태의 <창문> 연작은 “세상을 어떤 창으로 보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뀐다”는 책의 한 구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창문 시리즈 97-192>는 나무판으로 틀을 만들고 그 안을 여러 개의 원색으로 구획을 나누었죠. “세상을 어떤 창으로 보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뀐다”는 구절처럼 작가는 밝은 원색의 창을 만듦으로써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창문은 내부와 외부를 함께 접하기도, 연결하기도, 단절하기도 하는 구조이죠. 경계이면서 안과 밖을 연결하기도 하고요. ‘문’과는 다르게 안 밖을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소통의 구조이기도 하죠. 내면과 외부, 자아와 세계 사이의 연결자이기도 하고요. 그 밖에도 ‘창문’은 심리학, 철학, 문학, 예술에서 많은 의미와 상징으로 해석되고 창작에 사용되고 있어요.  <창문> 연작은 창문처럼 보이는 프레임이 사라지고 단순한 색으로 표현된 색면만 남아는 작품이에요. 작가는 건축적 구조로서 창이 가진 기하학적 형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창문> 연작을 만들어 나갑니다.  색을 중요하게 여기는 김봉태의 작품은 색을 강조하다 보니 점점 단순해집니다. 실제로 색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들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 작품은 두 개의 색면이 각각 안이될 수도, 또 바깥이 될 수도 있도록 캔버스의 높낮이를 다르게 배치함으로써 창이 주는 공간감을 시각화하였습니다. 그는 창문과 상자를 주제로 테두리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이었습니다.



6. 방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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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흐르는 빛>,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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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혜자, <빛의 눈>,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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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혜자, <하늘의 땅>, 2011


방혜자는 영성과 빛의 화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녀는 1961년 이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서양의 물감과 함께 한국의 재료인 한지를 촘촘하게 구겨 종이의 앞 뒷면을 자연 채색하여 수십 번 칠하고 콜라주 하는 방식의 작업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시인이었던 외사촌 오빠와 정원에서 시를 외우곤 했다는 작가는 여러 권의 수필집과 시화집을 펴낸 문학가이기도 하죠. 방혜자는 196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머물던 시기에 스님으로부터 붓글씨를 배웠고, 이후 그림 그리기 전에 명상과 함께 마음을 비우기 위해 의식처럼 서예를 합니다. 또한 작업 전 빈 종이를 앞에 두고 기공(氣功) 수련을 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방혜자 작가의 작품은 상당히 내면적이고 수행적이며 작업 자체를 우주와 하나가 되는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작품 <하늘의 땅>은 그러한 빛과 생명의 기운이 모이는 무한한 원의 공간, 우주를 상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7. 하인두. 1930-1989

하인두 작가는 불교와 전통 미술을 철학적으로 재해석해 기하학적 색면으로 삶과 우주의 근원을 표현한 한국 추상미술 1세대입니다. 하인두는 사찰에서 본 단청의 색과 조형에서 한국성을 발견했어요. 1970년대부터 그의 작품에는 불교의 만다라가 추상적인 패턴으로 그려집니다. 작가는 만다라 정신을 통해 생명의 질서와 무한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죠. 하지만 1987년 암이 발병하면서부터 작품은 죽음을 초월하고 하는 생명력이 가득한 빛과 함께 그의 영혼이 깃든 <혼불> 연작이 이어집니다. 하인두 작가는 끝까지 지치지 않고 활기차게 작업을 해나갑니다.

 

“내 생애 가장 위태로운 칠흑의 암흑기에 나는 내 생에서 가장 밝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삶이 기구할수록 그 맛은 짙고, 우여곡절이 심할수록 예술은 더욱 풍요로운 꽃을 피운다.” 

- 하인두,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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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두, <승화(昇華)>.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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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두, <혼불-빛의 회오리>. 1988



8. 곽인식(QUAC INSIK). 1919-1988

 

곽인식(1919–1988)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전위적인 실험과 물성을 탐구해 물질 본연의 것을 찾아나가는 작업을 했습니다. 주로 일본에서 활동을 했는데 1960년대 초부터 소재를 깨거나 찢거나 폭파시키는 등 우발적인 창작 행위를 통해 우연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곽인식의 실험적인 작업은 일본 ‘모노하’와 이탈리아 ‘아르테 포베라’보다 앞서 진행되었어요. 이런 물질의 존재를 탐구하는 작업은 단순한 미술을 넘어서고자 했던 작가의 실험 정신에서 비롯되었을 텐데요. 유리, 철판, 전구 등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러한 사물의 물성을 탐구하던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했던 종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표현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로서의 종이가 아니었어요. 종이라는 물질 그 자체의 물성을 탐구하고 그 물질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곽인식은 종이의 표면뿐 아니라 앞면, 뒷면, 그리고 그 내부까지도 물감이 스며들도록 수없이 색점을 찍어가며 물성을 탐구해 나갑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완성된 곽인식의 회화는 수없이 많은 색점들이 서로 겹쳐짐으로써 매우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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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인식. <작품 86-MK>. 1986


“나는 작가가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작품에서 내가 추구하고 싶었던 것은 물질 자체가 스스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 물질 자체가 말해주는 이야기를 조금 더 분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분명하게 대상의 존재성을 재건한다는 것이다. 나의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표면을 추구하면서 표면을 초월하는 것. 점은 점을 부르고 점은 점을 초월한다. 초월하고 극복하는 동시에 거기서 빛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 곽인식, 1982


이어서 2층으로 올라가면 ‘회화’, 현재 ‘동시대 회화’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조명하는 전시 <떨어지는 눈-찌르는 눈. 2025. 7월 20일>이 열리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도 모자라 AI의 습격으로 또다시 ‘회화란 무엇인가’, ‘동시대 회화는 지금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에 대해 들여다보는 전시예요. 이 전시는 북서울미술관의 ‘회화 반격’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동시대 회화에 대한 기획전입니다. 무척이나 회화를 격려하는 글로 전시 서문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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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회화는 색채와 선을 사용한 2차원적인 그림으로 아름답고 보기 좋은 이미지여야 한다는 한계와 함께 오랫동안 정적이고 미래 없는 예술로 정의되어 한때 시각중심주의의 전개를 공고히 하는 도구가 되었었죠. 하지만 이후 회화는 우리의 눈은 하나가 아니며, 두 개의 눈이 각각 다른 이미지를 본다는 사실로 인해 시각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실험적이며 선동적인 매체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관통하며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 회화는 우리가 결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고,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면 오늘날 이미지는 가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실 세계에 관여하며 삶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회화는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의 선언처럼 여전히 “살아있는 매체”이고 현실과 끊임없이 연동되고 상연되는 “실황 중(on the air)”인 예술이라는 것이죠.

동시대 회화는 디지털 시대에 유통되고 소비되는 이미지의 논리를 적극 수용하고 스스로 갱신함으로써 우리 시각과 충돌하면서 다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작동하는 사진, 영상 등의 매체와 달리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채 이미지를 담아내는 회화의 작동 방식은 이미지의 서사를 제거합니다. 회화는 이미지의 대상과 맥락을 유희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와 동의어가 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회화는 이미지와 연결된 우리의 눈을 움직이고 감각하게 하고 앞으로의 행로를 상상하게 하는 열린 결말로 이끌어 갑니다. 회화는 벽에 걸린 평평한 그림이 아니며, 눈을 붙드는 보기 좋은 그림도 아닌 우리의 눈을 끊임없이 내던지는 동시다발적인 무대입니다. 

이 전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의 눈이 흔들린다. 그리고 떨어진다.”

 


장예빈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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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빈. <Critical Hi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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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빈<씽씽이를 타는 아이와 지켜보는 화난 엄마> 2024


현재 전시되고 있는 작품 중 저는 장예빈 작가의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의 관찰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인 <씽씽이를 타는 아이와 지켜보는 화난 엄마>가 재미있었어요. 영상이나 미디어를 볼 때 우리는 운동하는 이미지 속에서 전체를 포착하기가 힘들어요. 장예빈 작가는 스크린숏을 통해 전체 화면 속 대상들을 순간 포착하고 고정합니다. 그리고는 포착한 <씽씽이를 타는 아이와 지켜보는 화난 엄마>에서 아이와 엄마를 따로 가져와요. 다시 두 이미지를 각각 다른 위치에 걸거나 재조합해서 작가가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고 보는 이에게 제시하는 작품이에요. 작품을 보면 회화와 영상의 경계를 흐리려고 의도한 듯 마치 스크린에서 빛이 나오는 것처럼 그림 판넬 뒤에서 빛이 새어 나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 작품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작품의 뒤에서 새어나오는 빛의 시각적 효과로 인해 미디어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그렇게 벽에 걸린 따로 가져온 엄마와 아이는 서로 마주 보며 새로운 이야기와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뿐만 아니라 장예빈의 그림에서 보이는 이미지들은 영상 속 이미지의 순간을 포착해서 옮긴 것처럼 순간적이고, 불완전하고, 불안정 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건 아마도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 에어브러쉬에 있는 것 같아요. 에어브러쉬는 디지털 이미지의 속도감과 회화의 물성을 교차시키며 회화로 바라본 미디어의 특성을 드러냅니다. 장예빈의 작품을 바라보며 시각의 교란, 현실과의 간극, 이미지의 시간차를 우리는 구체적으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 미묘함은 연신 그림의 표면을 기웃거리며 관찰하게 합니다.



2층에서 전시를 다 보고 내려 오다 보니 그 다음 전시를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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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전시 중이네요. 

<크리스찬 히다카 : 하늘이 극장이고, 극장이 하늘에 있으니> 전시가 2025. 6. 5~ 2026. 05 10까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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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운영안내]

화~일요일 11:00, 15:00 일 2회 운영

- 미술관 휴관일, 월요일에는 운영하지 않습니다.


구글 플레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트” 앱을 다운 받으시면 무료 전시 해설 서비스를 상시 이용 가능합니다.

 

[관람문의]

02-2124-5248, 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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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노원천문과학관>이 있습니다. 

북서울미술관에서 도보 1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니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https://nowoncosmos.or.kr

 

https://map.naver.com/p/entry/place/1306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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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화~금) :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 

-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 동절기(11월-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서울문화의 밤 운영]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휴관]

*매주 월요일 휴관

정기휴관 (1월 1일)

 

[입장시간]

관람 종료 1시간전까지 입장

 

[관람료]

무료, 특별전 유료

 

[지하철 이용 안내]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 도보 5분 거리에 등나무공원 내

7호선 중계역 3번 출구 도보 5분 거리에 등나무공원 내

 

[버스 이용 안내]

파랑(간선)버스: 100, 105, 146

초록(지선)버스: 1131, 1135, 1137, 1140

노랑(순환)버스: 15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정류장에서 하차

 

[주차 안내]

주차 요금: 화~일요일 5분당 250원, 월요일 무료

운영시간: 09:00~22:00
※ 동절기(12월~2월) 및 토·일·공휴일: 09:00~21:00

요금할인(※ 할인 사유가 중복될 경우에는 그 중 높은 할인율 적용)
장애인, 국가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 차량: 80% 할인
경형 자동차, 저공해 자동차: 50% 할인
성실납세증 부착 차량: 발행일로부터 1년간 면제
민주유공자 차량: 1시간 면제, 초과 이후 50% 할인
다둥이행복카드 소지자: 2자녀 30%, 3자녀 50% 할인

 

[주소 안내]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중계동)

문의처: (02) 2124-5248~9


에디터 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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