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 이미지(출처: 마이아트뮤지엄)
오늘은 마이아트뮤지엄의 새 전시,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 나폴리를 거닐다》에 다녀왔습니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 미술관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그들의 컬렉션을 선보이게 됩니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아름다운 나폴리 시내와 해안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탈리아 남부 최대 규모의 국립 미술관입니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앤디워홀, 조셉 코쿠스 등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의 거장의 작품들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죠. 약 47,000점에 달하는 컬렉션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방대한 규모라고 합니다.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도심 속 미술관, 마이아트뮤지엄은 카포디몬테 미술관의 소장품 중 유화 68점, 파스텔화 4점, 수채화 1점, 소묘화 1점 총 70여 점의 명작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입니다. 이전에도 마이아트뮤지엄은 2019년 개관특별전 <알폰스 무하>전을 시작으로, <앙리 마티스>, <프랑코 폰타나>, <샤갈 특별전>, <호안 미로> 등 세계의 유수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도심 속 예술이 있는 감성 공간’이라는 비전으로 수준 높은 미술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여, 저도 새 전시가 열릴 때마다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저와 함께 살펴 보실까요?


전시 전경
이번 전시의 시대적 배경은 바로 19세기 입니다. 1815년, 유럽 전역을 뒤흔든 나폴레옹 제국이 몰락한 후, 나폴리는 부르봉 왕가가 복권되며 그들의 국가, ‘양시칠리아’의 수도로 재편되었습니다. 이후 189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기까지 나폴리는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닌, 남부 이탈리아에서 정치와 사회의 중심지로 자리하게 되었죠. 이번 전시는 이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19세기의 여러 회화 작품을 통해 나폴리와 이탈리아 남부가 지나온 격동의 시간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총 4장으로 나뉘어 전개됩니다.
첫 번째 장, [그녀들을 마주하다]에서는 공통적으로 여성의 초상을 통해 19세기 이탈리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는 곧 인식의 변화를 뜻하기도 합니다. 수백년간 숱하게 그림의 대상이 되어왔던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 또한 그러했습니다. 이탈리아의 18세기 회화 속 여성은 귀족과 서민이라는 두 계층으로 구분해 묘사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19세기에 접어들며 산업화, 도시화를 겪고, 교육과 소비 문화가 확산되며 새로 부상한 중산층이 사회 규범과 이상적 여성상을 새로이 제시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여성 초상화는 계층이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나뉘어 묘사되기보다는 어떠한 관념의 대상으로서 표현되었습니다. 어머니로서 가정을 살피고 일상적 안녕을 지키는 수호자로 표현되기도 하고, 또 살롱의 주역이자 사교계 속 세련된 인물로 등장하기도 하죠.

주세페 나바라(Giuseppe Navarra),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의 초상 Portrait of Maria Christina of Savoy>, c.1835
이 작품은 시칠리아 출신의 화가, 주세페 나바라의 그림으로, 그는 부르봉 왕실의 궁정에서 화가로 활동하며 신고전주의 양식의 초상화를 많이 제작했습니다. ‘신고전주의’란, 18세기 중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던 미술 양식 중 하나로, 바로 이전의 양식이었던 ‘로코코’가 지나치게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쾌락적인 주제를 추구했던 것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습니다.
그림 속 여인은 양시칠리아 왕국의 왕비였던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로, 그녀는 왕족답게 우아하고 정제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며, 화려한 레이스 장식과 진주 장신구가 돋보이는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화려한듯 보이지만 절제된 색감을 사용하고, 마치 고전 조각을 보는듯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구도로 그려져서 ‘신고전주의’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테레즈 슈바르체(Thérèse Schwartze), <마리아 술리에의 초상 Portrait of Maria Soulier>, c.1890
그럼 또 다른 작품을 살펴볼까요? 이 작품은 ‘테레즈 슈바르체’라는 암스테르담 출신의 네덜란드 여성 화가가 그린 여성 초상화로, 그녀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네덜란드 여성 초상화의 대표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속 여인은 마리 루덴 판 스톤텐뷔르흐(술리에 부인)입니다.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구도와 차분한 색채로 신고전주의의 유행을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스타보 나차로네(Gustavo Nacclarone),
<하렘의 어느 구석이든 이와 같을 수 있다 Every song of the harem may be like this>, 1878
이 시기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부상했던 ‘오리엔탈리즘’은, 당시 화가들이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며 이슬람 문화, 고대 유적, 하렘 등 동양의 이국적 소재를 작품에 담아냈던 그림의 양식을 뜻합니다.
위 작품은 쿠스타보 나차로네의 그림으로, 작품 제목 속 ‘하렘’은 이슬람교 국가 부자들의 처첩이 있는 거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은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으로, 주로 이렇게 여성들이 나른한 자태로 누워있거나, 사치를 상징하는 소품을 함께 배치하고 화려한 색조로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듯 이 시기 여성 초상화는 왕족과 서민, 서구와 동양 등 각기 다양한 서사를 담아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해가고 있었습니다.

주세페 나바라(Giuseppe Navarra),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의 초상 Portrait of Maria Christina of Savoy>, c.1835
두 번째 장, [각자의 방, 각자의 세계]에서는 인물과 함께 당시의 사회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실내 풍경화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물질적 여건뿐 아니라 인간과 환경, 세대와 성별, 계층 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기반이 되는 여러 요소들이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당대 화가들은 실내 풍경화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포착하곤 했죠.
“믿어주세요, 저는 그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수없이 그것을 그려왔으니까요.
공기와 하늘의 모든 비밀, 그 속 깊은 본질까지도요.”
- 주세페 데 니티스
주세페 데 니티스(Giuseppe De Nittis)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출신 화가로, 귀족들의 살롱 예술과 인상주의 스타일을 결합한 화풍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아카데미는 고전주의와 역사화 중심의 보수적인 교육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니티스는 보다 자유롭고 현대적인 화풍을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재학하던 나폴리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한 후,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모네의 <인상, 해돋이> 작품에서 유래한 ‘인상주의’라는 단어가 탄생했던 1874년 제 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여한 유일한 이탈리아 화가이기도 하죠.
이 작품은 그가 인상주의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인 1863년 제작된 것으로, 무려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나폴리 아카데미에서 제적을 당할 시기 즈음에 그려진 그림으로, 고전적인 아카데미의 화풍에서 벗어나 이후 일상과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레시나 학파로 향하던 과도기적인 그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주교와 그의 수행원들이 점심을 함께하는 장면을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한 종교적 표현을 넘어인물 간의 미묘한 긴장감과 사회적 위계 등,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상을 사실적이면서도 인상주의적인 터치로 잘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렇듯 화가들은 실내 풍경을 통해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했으며, 동시대 가정의 모습은 물론 그 안에 반영된 사회적 규범과 인간 관계, 나아가 가족 구성원 간의 역할 변화까지도 세심하게 담아냈습니다.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 <자화상 Self-portrait>, c.1880
세 번째 장, [토마의 시선]에서는 19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이탈리아 통일운동에 참여한 지식인이었던 화가 ‘조아키노 토마’에 대해 주목합니다.
그는 역사적 사건과 서민의 일상을 주제로 한 회화를 통해 사실성과 서정성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했습니다. 주로 어머니, 할머니, 병든 아이, 청소년기 여성, 고아들을 주인공으로, 강한 명암 대비와 극적인 구도를 통해 '실존적 불안(existential anxiety)'을 섬세하게 포착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여섯 살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어 수도원과 고아원을 전전했던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이 스며들어 종교 공간, 고아원, 학교 등 서정적이고 내밀한 주제로 자주 형상화되었죠.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 <죽어가는 아들 The dying son>, c.1882
이 그림은 제목처럼 그가 죽어가는 자신의 아들을 대상으로 하여 완성한 작품입니다. 자식의 죽음을 대상화한다는 것이 어쩌면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는데요. 사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누나를 떠나보냈던 에드바르 뭉크가 그린 <병든 아이>(1885-1886)나, 아버니와 동생을 떠나보냈던 구스타브 클림트가 그린 <죽음과 삶>(1908-1915)처럼 19세기 말, 유럽에서는 이렇게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이 많이 제작되었죠.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환경 변화와 각종 전염병 등으로 지금보다도 죽음이 일상에서 훨씬 가까웠던 시대이기도 했고, 특히 아이 사망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인간 내면의 감정과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 주제, 실존에 대해 탐구했던 토마는 정확한 외곽선이나 세부 묘사를 전부 생략한 채, 입을 살짝 벌린채 생명이 저물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가시화했습니다.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 <토레 델 그레코의 밧줄공들 The rope-makers of Torre del Greco>, 1882
마지막인 네 번째 장, [빛이 있었고, 삶이 있던 곳]은 당시의 빛과 삶을 그대로 담은 풍경화로 끝이 납니다. 단순한 풍경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그대로 스며든 장면이었죠.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작품은 앞서 언급한 조아키노 토마의 말년 작품입니다. 그는 1880년 이후 생의 마지막 시기에 레시나 학파의 영향을 받아, 강한 명암 대비가 두드러졌던 과거의 화풍에서 벗어나 강한 채광과 대담한 붓질이 드러나는 새로운 화풍을 선보였습니다. 그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 <토레 델 그레코의 밧줄공들>입니다. 토레 델 그레코 지역의 해변을 배경으로, 해양 산업과 직결된 전통적 노동인 로프 제작에 몰두하는 밧줄공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토마는 단순히 자신의 주변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실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해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죠.
이렇듯 19세기 이탈리아는 격변의 시대를 지나며 예술 또한 다채로운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서로 어울려 식사하고, 땀 흘려 일하고, 가족과 웃음을 나누고,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이번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 컬렉션전을 통해, 그 시대 나폴리를 살아갔던 사람들과 조우하며 세월을 건너온 일상의 온기를 이 순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월~금요일 11시, 14시, 16시 세 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설명과 함께 전시를 감상하실 분들은 시간에 맞춰 전시장에 도착 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카페 트레스텔레 (tre stelle)
마이아트뮤지엄 내부에는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 ‘카페 트레스텔레’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맞이하여 나폴리의 여름을 연상케하는 달콤하고 시원한 신메뉴, '나폴리 선셋'을 선보이고 있으니, 전시 관람 후 간단한 담소를 나누러 카페 트레스 텔레에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518, 섬유센터빌딩 B1
월~일요일 10:00~19:40 (입장 마감 19:00)
[입장권]
입장권은 성인 기준 25,000원으로,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주차]
습티켓 부스에서 최초 2시간동안 3,000원에 주차 가능한 할인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후 10분 당 1,000원의 추가금이 발생합니다.
[대중교통]
-버스
간선 버스: 146, 333, 341, 360, 740
차선 버스: 3425
마을 버스: 강남 07
-지하철
2호선 삼성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약 150m
박수현 에디터

포스터 이미지(출처: 마이아트뮤지엄)
오늘은 마이아트뮤지엄의 새 전시,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 나폴리를 거닐다》에 다녀왔습니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 미술관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그들의 컬렉션을 선보이게 됩니다.
카포디몬테 미술관은 아름다운 나폴리 시내와 해안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탈리아 남부 최대 규모의 국립 미술관입니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앤디워홀, 조셉 코쿠스 등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의 거장의 작품들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죠. 약 47,000점에 달하는 컬렉션은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방대한 규모라고 합니다.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도심 속 미술관, 마이아트뮤지엄은 카포디몬테 미술관의 소장품 중 유화 68점, 파스텔화 4점, 수채화 1점, 소묘화 1점 총 70여 점의 명작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입니다. 이전에도 마이아트뮤지엄은 2019년 개관특별전 <알폰스 무하>전을 시작으로, <앙리 마티스>, <프랑코 폰타나>, <샤갈 특별전>, <호안 미로> 등 세계의 유수 미술관과의 협업을 통해 ‘도심 속 예술이 있는 감성 공간’이라는 비전으로 수준 높은 미술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여, 저도 새 전시가 열릴 때마다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저와 함께 살펴 보실까요?
전시 전경
이번 전시의 시대적 배경은 바로 19세기 입니다. 1815년, 유럽 전역을 뒤흔든 나폴레옹 제국이 몰락한 후, 나폴리는 부르봉 왕가가 복권되며 그들의 국가, ‘양시칠리아’의 수도로 재편되었습니다. 이후 189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기까지 나폴리는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닌, 남부 이탈리아에서 정치와 사회의 중심지로 자리하게 되었죠. 이번 전시는 이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19세기의 여러 회화 작품을 통해 나폴리와 이탈리아 남부가 지나온 격동의 시간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총 4장으로 나뉘어 전개됩니다.
첫 번째 장, [그녀들을 마주하다]에서는 공통적으로 여성의 초상을 통해 19세기 이탈리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는 곧 인식의 변화를 뜻하기도 합니다. 수백년간 숱하게 그림의 대상이 되어왔던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 또한 그러했습니다. 이탈리아의 18세기 회화 속 여성은 귀족과 서민이라는 두 계층으로 구분해 묘사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19세기에 접어들며 산업화, 도시화를 겪고, 교육과 소비 문화가 확산되며 새로 부상한 중산층이 사회 규범과 이상적 여성상을 새로이 제시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여성 초상화는 계층이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나뉘어 묘사되기보다는 어떠한 관념의 대상으로서 표현되었습니다. 어머니로서 가정을 살피고 일상적 안녕을 지키는 수호자로 표현되기도 하고, 또 살롱의 주역이자 사교계 속 세련된 인물로 등장하기도 하죠.
주세페 나바라(Giuseppe Navarra),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의 초상 Portrait of Maria Christina of Savoy>, c.1835
이 작품은 시칠리아 출신의 화가, 주세페 나바라의 그림으로, 그는 부르봉 왕실의 궁정에서 화가로 활동하며 신고전주의 양식의 초상화를 많이 제작했습니다. ‘신고전주의’란, 18세기 중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에서 유행했던 미술 양식 중 하나로, 바로 이전의 양식이었던 ‘로코코’가 지나치게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쾌락적인 주제를 추구했던 것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습니다.
그림 속 여인은 양시칠리아 왕국의 왕비였던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로, 그녀는 왕족답게 우아하고 정제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며, 화려한 레이스 장식과 진주 장신구가 돋보이는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화려한듯 보이지만 절제된 색감을 사용하고, 마치 고전 조각을 보는듯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구도로 그려져서 ‘신고전주의’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테레즈 슈바르체(Thérèse Schwartze), <마리아 술리에의 초상 Portrait of Maria Soulier>, c.1890
그럼 또 다른 작품을 살펴볼까요? 이 작품은 ‘테레즈 슈바르체’라는 암스테르담 출신의 네덜란드 여성 화가가 그린 여성 초상화로, 그녀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네덜란드 여성 초상화의 대표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속 여인은 마리 루덴 판 스톤텐뷔르흐(술리에 부인)입니다.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구도와 차분한 색채로 신고전주의의 유행을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스타보 나차로네(Gustavo Nacclarone),
<하렘의 어느 구석이든 이와 같을 수 있다 Every song of the harem may be like this>, 1878
이 시기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부상했던 ‘오리엔탈리즘’은, 당시 화가들이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며 이슬람 문화, 고대 유적, 하렘 등 동양의 이국적 소재를 작품에 담아냈던 그림의 양식을 뜻합니다.
위 작품은 쿠스타보 나차로네의 그림으로, 작품 제목 속 ‘하렘’은 이슬람교 국가 부자들의 처첩이 있는 거실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은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으로, 주로 이렇게 여성들이 나른한 자태로 누워있거나, 사치를 상징하는 소품을 함께 배치하고 화려한 색조로 표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듯 이 시기 여성 초상화는 왕족과 서민, 서구와 동양 등 각기 다양한 서사를 담아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해가고 있었습니다.
주세페 나바라(Giuseppe Navarra),
<마리아 크리스티나 디 사보이아의 초상 Portrait of Maria Christina of Savoy>, c.1835
두 번째 장, [각자의 방, 각자의 세계]에서는 인물과 함께 당시의 사회 모습을 생생히 담아낸 실내 풍경화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물질적 여건뿐 아니라 인간과 환경, 세대와 성별, 계층 간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기반이 되는 여러 요소들이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습니다. 당대 화가들은 실내 풍경화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포착하곤 했죠.
주세페 데 니티스(Giuseppe De Nittis)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출신 화가로, 귀족들의 살롱 예술과 인상주의 스타일을 결합한 화풍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아카데미는 고전주의와 역사화 중심의 보수적인 교육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니티스는 보다 자유롭고 현대적인 화풍을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재학하던 나폴리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한 후, 프랑스로 이주한 그는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모네의 <인상, 해돋이> 작품에서 유래한 ‘인상주의’라는 단어가 탄생했던 1874년 제 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여한 유일한 이탈리아 화가이기도 하죠.
이 작품은 그가 인상주의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인 1863년 제작된 것으로, 무려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나폴리 아카데미에서 제적을 당할 시기 즈음에 그려진 그림으로, 고전적인 아카데미의 화풍에서 벗어나 이후 일상과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레시나 학파로 향하던 과도기적인 그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주교와 그의 수행원들이 점심을 함께하는 장면을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한 종교적 표현을 넘어인물 간의 미묘한 긴장감과 사회적 위계 등,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상을 사실적이면서도 인상주의적인 터치로 잘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렇듯 화가들은 실내 풍경을 통해 사회 분위기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했으며, 동시대 가정의 모습은 물론 그 안에 반영된 사회적 규범과 인간 관계, 나아가 가족 구성원 간의 역할 변화까지도 세심하게 담아냈습니다.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 <자화상 Self-portrait>, c.1880
세 번째 장, [토마의 시선]에서는 19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이탈리아 통일운동에 참여한 지식인이었던 화가 ‘조아키노 토마’에 대해 주목합니다.
그는 역사적 사건과 서민의 일상을 주제로 한 회화를 통해 사실성과 서정성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했습니다. 주로 어머니, 할머니, 병든 아이, 청소년기 여성, 고아들을 주인공으로, 강한 명암 대비와 극적인 구도를 통해 '실존적 불안(existential anxiety)'을 섬세하게 포착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여섯 살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어 수도원과 고아원을 전전했던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이 스며들어 종교 공간, 고아원, 학교 등 서정적이고 내밀한 주제로 자주 형상화되었죠.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 <죽어가는 아들 The dying son>, c.1882
이 그림은 제목처럼 그가 죽어가는 자신의 아들을 대상으로 하여 완성한 작품입니다. 자식의 죽음을 대상화한다는 것이 어쩌면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는데요. 사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누나를 떠나보냈던 에드바르 뭉크가 그린 <병든 아이>(1885-1886)나, 아버니와 동생을 떠나보냈던 구스타브 클림트가 그린 <죽음과 삶>(1908-1915)처럼 19세기 말, 유럽에서는 이렇게 죽음을 소재로 한 그림이 많이 제작되었죠.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환경 변화와 각종 전염병 등으로 지금보다도 죽음이 일상에서 훨씬 가까웠던 시대이기도 했고, 특히 아이 사망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인간 내면의 감정과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 주제, 실존에 대해 탐구했던 토마는 정확한 외곽선이나 세부 묘사를 전부 생략한 채, 입을 살짝 벌린채 생명이 저물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가시화했습니다.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 <토레 델 그레코의 밧줄공들 The rope-makers of Torre del Greco>, 1882
마지막인 네 번째 장, [빛이 있었고, 삶이 있던 곳]은 당시의 빛과 삶을 그대로 담은 풍경화로 끝이 납니다. 단순한 풍경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그대로 스며든 장면이었죠.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작품은 앞서 언급한 조아키노 토마의 말년 작품입니다. 그는 1880년 이후 생의 마지막 시기에 레시나 학파의 영향을 받아, 강한 명암 대비가 두드러졌던 과거의 화풍에서 벗어나 강한 채광과 대담한 붓질이 드러나는 새로운 화풍을 선보였습니다. 그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 <토레 델 그레코의 밧줄공들>입니다. 토레 델 그레코 지역의 해변을 배경으로, 해양 산업과 직결된 전통적 노동인 로프 제작에 몰두하는 밧줄공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토마는 단순히 자신의 주변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실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해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죠.
이렇듯 19세기 이탈리아는 격변의 시대를 지나며 예술 또한 다채로운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서로 어울려 식사하고, 땀 흘려 일하고, 가족과 웃음을 나누고,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이번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 컬렉션전을 통해, 그 시대 나폴리를 살아갔던 사람들과 조우하며 세월을 건너온 일상의 온기를 이 순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월~금요일 11시, 14시, 16시 세 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설명과 함께 전시를 감상하실 분들은 시간에 맞춰 전시장에 도착 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카페 트레스텔레 (tre stelle)
마이아트뮤지엄 내부에는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 ‘카페 트레스텔레’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맞이하여 나폴리의 여름을 연상케하는 달콤하고 시원한 신메뉴, '나폴리 선셋'을 선보이고 있으니, 전시 관람 후 간단한 담소를 나누러 카페 트레스 텔레에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518, 섬유센터빌딩 B1
월~일요일 10:00~19:40 (입장 마감 19:00)
[입장권]
입장권은 성인 기준 25,000원으로,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주차]
습티켓 부스에서 최초 2시간동안 3,000원에 주차 가능한 할인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후 10분 당 1,000원의 추가금이 발생합니다.
[대중교통]
-버스
간선 버스: 146, 333, 341, 360, 740
차선 버스: 3425
마을 버스: 강남 07
-지하철
2호선 삼성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약 150m
박수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