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의 완벽한 교차점 : 캐서린 번하드

2025-07-14



《Katherine Bernhardt: Some of All My Work》 전시는 2025년 6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캐서린 번하드의 25년 예술 여정을 조망하는 최대 규모의 회고전으로, 회화와 조각을 포함해 약 140점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번하드는 “디지털 시대에 붓을 드는 행위가 원초적이고도 멋지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작품 속 핑크 팬더, 피카츄, 나이키 로고 등 팝문화 아이콘들은 즉흥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선과 색으로 번지고 뭉개지며, 대중문화와 소비문화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합니다.이번 전시는 캐서린 번하드의 초기 ‘슈퍼모델 시리즈’부터 최신 대형 회화 신작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장 한편에는 과거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번하드의 작업실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전시는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 Photo Credit _ Wil Driscoll - Courtesy of UNC Gallery, 2025


캐서린 번하드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출신으로, 시카고 예술대학(SAIC)과 뉴욕 시각예술대학(SVA)에서 수학했습니다. 그녀는 세계적 명성의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David Zwirner)와 계약한 이후 국제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캐서린 번하드의 그림에는 미국 소비문화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패션잡지에 나오는 모델, 스와치 시계, 피자, 햄버거, 맥도날드 로고, 나이키 운동화, 두루마리 휴지, 다양한 캐릭터 등 일상적인 사물들이 주된 소재입니다.
이처럼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유쾌하게 그려내는 그녀의 작업은 팝아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번하드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팝아트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팝아트는 사물이 지닌 감정이나 성격을 배제하고, 외형만을 기계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팝아트 작품들은 상품처럼 차갑고 거리감 있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는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기법처럼 공장식으로 반복 생산된 작업 방식에서 비롯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은 그녀의 몸과 감각이 주변 사물과 교감하며 형성된 언어로 표현됩니다.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리기의 본질에 충실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 방법을 실험하며 작업을 이어갑니다.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상업적 이미지들은 결국 그녀 자신과도 닮아 있습니다. 번하드는 자신이 체험한 것들을 육화하여 빠르게 화면 위에 남깁니다.그녀는 형태와 색,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그것을 회화라는 일상적 언어로 분출해내는 작가입니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그리기의 몸짓, 스피디한 붓질, 비비드한 색감 덕분에 우리는 그녀의 작품에서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Drunken hot girls. 2007                                                                     


2000년대 초, 미술학교를 갓 졸업한 캐서린 번하드는 보그나 엘르 같은 패션잡지에 등장하는 슈퍼모델들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진 속 모델들을 보며 그녀는 조형적인 실험을 캔버스 위에서 펼쳤습니다.
그림 속 모델들은 화려하고 매력적인 모습이 아니라, 어딘가 흐트러지고 뒤틀린 형상으로 거칠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Popswatch.2017


한창 슈퍼모델을 그리며 주목받던 시기인 2009년, 캐서린 번하드는 인물 회화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스와치 손목시계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10대 시절부터 수집해 온 스와치 시계는 번하드에게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문화적 아이콘이었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번하드는 자신의 몸과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스와치 시계는 그녀 작품의 주요 모티브이자 회화의 주제로 자리잡게 되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몸과 시간에 대해 철학적 사유나 깊은 의미를 담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번하드에게 사물은 주로 디자인적 요소로 해석되어, 회화의 소재로 자유롭게 사용됩니다. 임신 기간 동안 겪은 몸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은 번하드에게 이전과는 다른 강렬한 경험이자 새로운 자극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스와치 시계로 향합니다. 팝문화의 대표 상품인 스와치를 통해, 번하드는 특정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Sabah el Kheir. 2010 


Coconut water, Bananas, and Caparison. 2015


번하드는 모로코 여행을 비롯해, ‘제2의 고향’이라 부르는 푸에르토리코, 그리고 브루클린에서의 시간 등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장소를 오가며 그곳의 문화와 경험을 향유합니다.
모로코를 여행한 그녀는 그곳이 지닌 역사적 깊이, 철학, 미학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후 다시 모로코를 찾게 됩니다. 그곳에서 접한 전통 카펫 ‘베르베르(Berber)’는 그녀에게 반복과 패턴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그녀의 그림은 인물 중심에서 패턴과 배열 중심의 회화로 전향하게 됩니다. 작품 제목인 <Sabah el kheir>는 아랍어로 ‘좋은 아침’을 뜻하는 인사말입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열대 섬 푸에르토리코에서의 시간, 그리고 그곳으로 떠나기 전 머물렀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브루클린에서의 삶 또한 번하드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열대의 자연은 많은 화가들이 동경하며 캔버스에 옮기고 싶어했던 마력의 이미지입니다. 야자수, 잎, 꽃, 코코리코, 수박, 카프리썬, 바나나. 듣기만해도 열대의 풍경이 그려지지 않나요?



 French fries. 2000  


 Sunset. 2002

                                                                    Sacai + cigs. 2019                                                                   


맥도날드(McDonald's). 캐서린 번하드는 왜 맥도날드 로고를 반복해서 그렸을까요?
그녀가 이 로고의 의미를 의식하고 그렸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맥도날드나 나이키처럼 현대 자본주의와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번하드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좋아하거나, 내 삶에서 매일 보는 것들을 그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맥도날드 로고가 그녀의 손을 거치면서 점점 그 표준화가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의도했든 아니든, 반복적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로고는 일률적인 형태를 잃고, 손맛과 즉흥성이 살아 있는 회화적 요소로 변모합니다. 이는 공장식 제작 방식으로 표준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팝아트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물론 팝아트의 이미지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그러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대중문화에 대한 반영, 풍자, 그리고 질문입니다. 

캐서린 번하드에게 맥도날드는 단순한 햄버거 브랜드를 넘어, 그녀가 말했듯 ‘삶 속에서 매일 보는 것’입니다. 맥도날드가 그녀의 일상이라면, 그것은 곧 미국의 식문화와 소비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반영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겠죠. 그녀는 이러한 일상의 풍경을 보여주며, 의도하지 않게 회화를 통해 그 익숙한 상징들을 해체해 나갑니다. 그녀의 그림은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아이러니합니다.

 

 

 ©NOROO Paint & Coatings co.,Ltd. 

  

 Stellar. 2024



번하드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중문화 아이콘들—바트 심슨, 세서미 스트리트, 머펫, 그리고 가필드 같은 캐릭터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중요한 회화적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번하드와 그녀의 아들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문화이기도 해요.
번하드의 아들이 수집하던 장난감과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들어오면서, 그들의 일상이 그림 속에 녹아든 거죠. 아이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어른이라면, 이 익살스럽고 발랄한 캐릭터들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함께 바라보고 공유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1982년 영화 <E.T.>에 등장했던 외계인 E.T.는 번하드에게 조금 특별한 존재인데요.
우주에서 온 E.T.가 아이와 손가락을 마주 대며 우정을 확인하던 장면, 다들 기억하시죠?
당시 일곱 살이었던 캐서린 번하드는 이 영화를 동네 영화관에서 무려 스무 번이나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E.T.는 단순한 추억이나 문화적 상징을 넘어, 번하드에게 감정이 이입된 ‘자신의 거울’ 같은 존재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마음속 깊이 각인돼 있던 E.T.는, 성인이 된 번하드가 고향집에서 이 캐릭터와 다시 마주하면서 작품 속에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잊고 지냈지만 어딘가에 계속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의 조각 같은 존재죠. 여러분에게도 그런 캐릭터가 있지 않나요? 지금은 흐릿하지만, 한때는 꼭 곁에 있었던, 그리고 아직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그런 캐릭터 말입니다.

 


Pink Panther + Scotch Tape + Green Plantains, 2019.

 ⓒ Katherine Bernhardt. Courtesy of the artist & David Zwirner


핑크 팬더는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이자, 그녀의 작업에서 ‘핑크’라는 감각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이 시리즈는 모든 것이 핑크색으로 꾸며진 하와이의 ‘핑크 팰리스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어요. 번하드는 언제나 주변의 감각적인 사물들에서 작품의 소재나 색감을 끌어오곤 합니다. 그녀는 늘 좋아했던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 1902-1988)의 커다란 핑크색 벽을 떠올리며, “핑크색 무언가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핑크 팬더는 어느 순간, 명확한 캐릭터로 등장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흘러들어오게 됩니다. 마치 번하드의 삶 속 일부처럼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핑크 팬더는 뚜렷하게 마감된 형태보다는, 번지고, 뭉개지고, 흐르고, 섞이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스프레이와 아크릴 물감이 빠르게 섞이면서 즉흥성과 우연이 만들어낸 무질서한 흐름 속에서 핑크 팬더는 오히려 더 생동감 있게 살아납니다.

*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 1902-1988) 멕시코 태생의 세계적인 건축가. 빛과 색의 사용이 인상적인 Casa-Estudio Luis Barragan 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198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다.



Tailsman. 2024 ©NOROO Paint & Coatings co.,Ltd.


캐서린 번하드에게 샤워실은 매우 특별한 공간입니다. 그녀의 생활 반경에는 늘 눈에 띄는 샤워실이 있고, 그녀의 작품 속 배경에도 자주 샤워실이 등장하죠. 번하드는 이곳에서 사물들이 샤워를 한다고 상상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그 결과, 그녀의 그림 속 캐릭터들과 사물들은 샤워실의 타일 위에 놓인 듯한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네모난 타일의 샤워실은 그리기에 재미난 주제이고, 공간의 원근법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죠. 신발이 샤워하는 것은 저에게 그냥 재밌는 장면이랍니다."

-캐서린 번하드


욕실 타일의 격자무늬는 그녀의 회화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의 구성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패턴은 1970년대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슈퍼스튜디오(Superstudio)의 그리드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번하드는 이것이 자신이 자란 19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슈퍼스튜디오(Superstudio)

건축, 디자인, 예술, 철학을 결합한 실험으로 1960~70년대 이탈리아 급진주의 디자인을 대표했던 디자인그룹

 

 

ⓒ Photo Credit _ Wil Driscoll _ Courtesy of UNC Gallery, 2025


캐서린 번하드는 예술을 과도하게 분석하기보다는, 주변 세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작업이 좋은 작업이라고 믿습니다. 그녀에게 그림은 흘러야 하며, 그림이 말하려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자유롭게 두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번하드의 “작업은 일상의 일기다”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다소 상투적이고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평범한 생각은 그녀의 방대한 작업량과 대담한 스케일로 인해 특별해집니다.





전시 관람을 마친 뒤에는 캐서린 번하드 굿즈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 해설 유료 구매 가능합니다.

예매 가능 시간 : 전일 17시까지

운영 : 화~일 11시 / 14시


* 자세한 운영 일정은 예약 시 상세 페이지 내 도슨트 스케쥴(캘린더)를 참고해 주세요.





예술의 전당 길 건너편에 <비밀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10시에서 11시에 비밀 샌드위치, 루꼴라 샌드위치, 잠봉뵈르 샌드위치가 나옵니다.

저는 잠봉뵈르(jambon-beurre)샌드위치를 먹었어요.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 전당(우 06757)

 

[대중교통 이용안내]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 도보이동(약 5~10분 소요)

마을버스 22번(초록색)을 타고 두 정거장 이동

 

2호선 서초역 3번 출구

마을버스 11번(초록색)을 타고 네 정거장 이동

도보이동(약 20~25분 소요)

 

4호선 사당역 1번 출구

마을버스 17번(초록색)을 타고 16개 정거장 이동

 

버스

406, 405, 5413, 1500-2, 1553

마을버스 서초11, 서초17, 서초22

 

[승용차 이용안내(주차요금)]

남부순환로

양재방면

경부고속도로 서초 IC 예술의 전당 방향 -> 남부순환로

사당방면으로 직진 -> 예술의 전당 앞 교차로 좌측에 예술의 전당

 

사당방면

남부순환로 양재방면으로 직진->예술의 전당 앞 교차로

우측에 예술의 전당

  

올림픽대로

공항방면

올림픽대로 반포대교 분기점에서 고속터미널 방면으로 좌회전->곧바로 반포대교 고가차로를 타고 서초역 방면으로 직진 -> 서초3동 사거리를 지나 우면산 터널 옆으로 우측 도로 진입 -> 예술의 전당 앞 교차로 정면에 예술의 전당

 

잠실방면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분기점에서 한남IC 진입->곧이어 한남 IC부산방햐으로 경부고속도로 진입-> 서초IC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나와 사당방면으로 직진 -> 예술의 전당 앞 교차로 좌측에 예술의 전당


 에디터 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