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하우스 전경 (출처: 구하우스 홈페이지)
여러분이 꿈꾸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집은 사는 사람의 취향과 취미를 담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인 집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껴지고는 하죠.
오늘 소개할 ‘구하우스’는 한 컬렉터의 집을 통째로 미술관으로 만들어버린 감성과 낭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그 이름도 ‘미술관’이 아닌 ‘하우스’, 즉 집이죠.
2016년 7월 1일에 개관한 구하우스 미술관은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구정순 대표(디자인 포커스)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심미안으로 평생 수집해 온 570여점의 예술 작품들을 기반으로, “예술품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철학 아래 설립하였습니다.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일상에서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집’을 컨셉으로 하는 구하우스 미술관은 예술과 생활이 유리되지 않는 현대 미술의 개념과 정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구하우스 건축 이미지
구하우스의 특징 첫 번째 - “건축”
미술관이자 집인 구하우스만의 독특한 컨셉은 건축가 조민석(매스스터디스)을 만나 ‘하나면서 여러가지인’ 공간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대지와 평행한 50m 길이의 복도, 건축물과 개울 사이의 장방형 마당을 기준으로 시작되는 건축물은, 직교 체계의 평면 구성에 사선 혹은 곡선의 벽들을 도입하였구요. 외부적으로는 직선과 곡선, 내부적으로는 직각과 예각, 둔각의 코너와 오목하거나 볼록한 공간들을 만들어내 상자형의 전시 공간들 속에서 다양한 공간 경험을 유도합니다.
미술관의 외관은 여러 방향에서 각각 주변과 어울려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조형적 덩어리로 존재합니다. 건물의 매스는 자연스럽게 그늘이 있는 쉼터를 만들고, 잔디 정원에서는 단단하게 선 수직면이 식재와 예술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구하우스 건축 이미지
벽면들을 감싸는 픽셀레이션 (pixelation) 방식으로 쌓인 벽돌들은 무수한 각도에서 평평함과 거친 표면을 만들어 빛의 방향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구하우스의 ‘하나이면서 여러가지인’ 특징을 한층 고조시킵니다.
한편,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야생화와 들풀, 수목으로 조성된 야외 정원은 ‘2021년 양평정원’으로 선정되어 아름다운 민간 정원으로 공식 등록되어 있습니다.


25th 기획전 구하우스가 '24년 컬렉팅한 신규 소장품전 < 소유 x 공유 > (출처 | 구하우스 미술관)
구하우스에서는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상설전과, 1월 8일부터 개최된 기획전 ≪소유 X 공유≫ 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꽤 크고 작품 수가 많아서 헷갈릴 수 있으니, 동선을 먼저 체크하시면 좋아요!
먼저 상설전은 본관 1층과 2층, 정원, 별관에서 펼쳐지는데요. 본관 1층은 Cloak Room / Lounge / Front Room / Corrido / Library / Jean Prouvé Room / Living Room 으로 나뉩니다. 여기(https://koohouse.org/448 )를 클릭해 본관 1층부터 순차적으로 각 공간에 해당하는 작품 설명과 함께 관람하실 수 있답니다!

서도호, <Gate-Small>, 2003, Silk, Stainless Steel, Tube, 211.5 × 100 × 326.5 cm
먼저 본관 1층에서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Front Room에 위치한 서도호 작가의 설치 작품이었습니다. 서도호 작가는 2024년 8월에서 11월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된 개인전으로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의 작품은 ‘이주’, ‘이동’, ‘유목’ 등의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어요. 자신이 유학하면서 자국과 외국을 왕래하며 느꼈던 문화적 차이를 작품화하는데요, 주로 ‘집’을 소재로 작업을 많이 합니다.
<Gate-Small>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문 형태를 반투명한 실크천으로 만든 것으로, 천장에서 내려오는 와이어 끝에 매달린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인해 더욱더 가벼워 보이는데요. 육중한 무게감으로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실제 문과는 달리 이 작품은 개념적으로 마치 옷을 접어 여행 가방에 넣고 다니듯 소지하거나 이동이 가능한 형태이죠. 자국과 타국 사이, 어디에도 뿌리 내릴 수 없이 이동에 익숙해져야 했던 작가 개인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Erwin Wurm, Big Disobedience, 2016, Aluminum, Paint, 200 × 101 × 101 cm / 206 × 105 × 110 cm
다음으로는 정원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에르빈 부름의 <Big Disobedience>입니다.
에르빈 부름(Erwin Wurm, 1954~)은 오스트리아의 예술가로 소비 지상주의, 비만, 이민과 같은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조각, 회화, 대형 설치 작품 등을 통해 다채롭게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그는 자동차나 집의 크기를 풍선을 불어넣은듯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Fat series'로 ‘비만’ 문제를 풍자하기도 하고, ‘1분 조각 One Minute Sculpture’ 시리즈를 통해 관람객이 직접 조각을 이루는 요소로 참여하게 하는 등, 옷이나 의자와 같은 일상 물건부터 자신의 신체와 관람객의 신체까지 모든 것들을 사용해 조각의 의미를 확장합니다.
그 중 구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신체가 없는 남성 정장이 마치 춤을 추는듯 역동적인 자세로 서 있는 모습입니다. ‘Big Disobedience’는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논문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요.
이 작품에서 ‘옷’이라는 소재는 인간의 ‘사회적인 행위’를 의미하게 됩니다. 딱딱하게 정장을 입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아닌, 거부하거나 피하는 듯한 움직임은 정책이나 규율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그 정당성에 적극적으로 의문을 가져볼 것을 제안하는 의미라고 해요. 이렇듯 해학적이며 비범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정치적 신념과 세태를 풍자하는 시선을 담아냅니다.

Maurizio Cattelan, The Wrong Gallery, 2005,
Wood, Brass, Steel, Aluminum, Resin, Plastic, Glass, Electric Lighting, 45 × 28 × 6 cm
2023년, 국내에서 ‘오픈런’을 만들어냈던 전시 중 하나였죠. 리움 미술관에서 개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였습니다. 약 25만 명이 다녀갔던 해당 전시에서 단연코 가장 유명했던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로 불린 <코메디언(comedian)>이었습니다.
덕 테이프로 벽에 붙여진 바나나는 2019년 12월, 마이애미의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가장 처음 공개되었는데, 당시 한 프랑스 컬렉터에게 이미 12만 달러(한화 약 1억 4천만원)에 낙찰받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 아티스트였던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즉석에서 먹어버린 이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작품의 물리적 실체는 사라졌지만, 어짜피 바나나는 썩어 없어질 존재였기에 사실 구매자는 바나나 그 자체가 아닌 작품에 대한 정품 인증서를 제공받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갤러리 측은 다투나의 행위예술이 원작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죠. (심지어는 이 작품이 유명해지게 되자 갤러리 대표인 ‘엠마누엘 페로탕’이 직접 바나나를 먹어치우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텍스트를 클릭하시면, 게시물을 확인 가능합니다.)
아무튼, 해당 논란으로 인해 <코메디언(comedian)>은 뒤샹의 ‘샘(Fountain, 1919)'을 뒤이어 전통적인 예술계에 대한 도발이자 현대미술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유명이 유명을 낳는다고, 이 바나나의 실체가 (사실상 물리적 실체가 중요한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상륙한다고 하니 모두가 구름떼처럼 몰려간 것은 당연했겠죠.
이 바나나는 2023년 리움에서 전시되었을 당시에도 또다시 국내의 모 미술대학 학생에게 먹혀버렸고, 이후 2024년 11월 소더비 경매에서 트론(Tron) 창립자인 중국인 사업가 저스틴 선(Justin Sun)에게 620만 달러로 낙찰받으며 또 그 자리에서 먹히게 되면서 어쩌면 바나나로서의 원래 역할은 충실히 해내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렇듯, 논쟁 속 논쟁을 연달아 불러일으키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또다른 작품이 구하우스에도 있답니다. 바로 <The Wrong Gallery>(2005) !
2002년, 뉴욕 첼시 20번가에 생긴 THE WRONG GALLERY(잘못된 갤러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동료들과 설립하여 운영한 갤러리입니다. 갤러리명이 쓰여진 유리 문과 그 뒤 한 평 남짓의 공간과 벽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였는데요.
사실 이 갤러리는 대개는 문이 잠겨져 열리지 않는 ‘잘못된 갤러리(Wrong gallery)’였습니다. 미술계의 상업적 행태에 대한 저항 정신을 표방하는 해프닝이었던 것이죠.
“현대미술의 뒷문(the back door to contemporary art)”이라고도 불리며 아트페어에도 참여하는 등 갤러리 안팎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도 했는데, 3년 후 갤러리가 속해 있던 건물이 매매되면서 폐관하였고 이후 영국 런던 테이트 미술관으로 유리 문을 옮겨 잠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이 갤러리 실물의 1/6 크기로 제작된 2500개의 The Wrong Gallery는 다양한 컬렉터들에게 소장되었고, 현재 그 중 한 점이 이 곳 구하우스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구하우스에 오신다면, 이 작은 갤러리의 문을 직접 열고, 또 이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직접 되어보는 상상을 통해 이 곳에서 어떤 전시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구하우스는 매주 목요일 14시에 정규 도슨트가 있습니다. 다만, 정각에 참여 인원이 많지 않은 경우 현장 상황에 따라 취소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하우스는 친절한 미술관으로 유명한 만큼, 각 소장품 옆에 작품 설명글이 있고 QR 코드를 통해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설명을 읽어볼 수 있으니, 도슨트 시간에 맞춰오지 않더라도 여유롭게 각자만의 시간에 맞게 관람해 볼 수 있어요!


아랑가

이함 캠퍼스
구하우스 근처,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랑가’라는 한식집을 추천합니다. 또한 차로 30-40분 정도(31km) 떨어진 곳에는 ‘이함캠퍼스’ 미술관이 있는데요, 이 곳에서도 양질의 전시가 개최되니 양평에 가신 김에 함께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아랑가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고래산로 802-20)
• 이함 캠퍼스 (경기도 양평군 강남로 370-10)


지도 (출처 | 구하우스 홈페이지)
[주소]
구하우스 미술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문호리 779-5))
[관람시간]
3월 ~ 10월
• 수 ~ 금 13:00 – 17:00 (마지막 입장 시간 16:00)
• 토 ~ 일, 공휴일 10:30 – 18:00 (마지막 입장 시간 17:00)
11월 ~ 2월
• 수 ~ 금 13:00 – 17:00 (마지막 입장 시간 16:00)
• 토 ~ 일, 공휴일 10:30 – 17:00 (마지막 입장 시간 16:00)
휴관일
• 매주 월 - 화 (단, 공휴일인 경우는 개관)
• 매년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오시는 길]
[대중교통]
• 경의중앙선(용문, 지평행) 양수역
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문호리 방향 버스 8-2~9(8-6제외) 탑승
서종파출소에서 하차, 철물점과 빵집 사이 골목으로 약 100미터 직진
[경의 중앙선 환승역]
1호선- 용산, 청량리, 회기
2호선- 왕십리, 홍대입구
3호선- 옥수, 대곡
4호선- 용산, 이촌
5호선- 왕십리
6호선- 공덕, 효창공원 앞
7호선- 상봉
공항철도- 공덕, 디지털 미디어시티, 홍대입구
경춘선- 상봉
분당선- 왕십리
[자가용]
• 고속도로 이용시,
서종 IC에서 서종.양서 방면으로 좌회전
3.5km 가량 직진 후 서종면사무소, 서종우체국 지나 좌회전
문호교 지나 오른쪽 첫번째 골목으로 약 100미터 직진
• 국도 이용시,
양수교차로에서 양수리 서종면 방면으로 우측도로 1.5km 이동
터미널 삼거리에서 서종 청평 방면으로 우회전 후 북한강로를 따라 6.8km 직진
문호삼거리에서 우측길로 접어들어 하나로마트, 서종파출소 지나 왼쪽 골목으로 약100미터 이동
[주차]
미술관 자체 주차장에 주차 가능 / 만차 시 공영 주차장 이용 가능
오시는 길, 주차 정보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하여 확인해주세요!
박수현 에디터

구하우스 전경 (출처: 구하우스 홈페이지)
여러분이 꿈꾸는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집은 사는 사람의 취향과 취미를 담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인 집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껴지고는 하죠.
오늘 소개할 ‘구하우스’는 한 컬렉터의 집을 통째로 미술관으로 만들어버린 감성과 낭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그 이름도 ‘미술관’이 아닌 ‘하우스’, 즉 집이죠.
2016년 7월 1일에 개관한 구하우스 미술관은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구정순 대표(디자인 포커스)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심미안으로 평생 수집해 온 570여점의 예술 작품들을 기반으로, “예술품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철학 아래 설립하였습니다.
예술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일상에서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집’을 컨셉으로 하는 구하우스 미술관은 예술과 생활이 유리되지 않는 현대 미술의 개념과 정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구하우스 건축 이미지
구하우스의 특징 첫 번째 - “건축”
미술관이자 집인 구하우스만의 독특한 컨셉은 건축가 조민석(매스스터디스)을 만나 ‘하나면서 여러가지인’ 공간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대지와 평행한 50m 길이의 복도, 건축물과 개울 사이의 장방형 마당을 기준으로 시작되는 건축물은, 직교 체계의 평면 구성에 사선 혹은 곡선의 벽들을 도입하였구요. 외부적으로는 직선과 곡선, 내부적으로는 직각과 예각, 둔각의 코너와 오목하거나 볼록한 공간들을 만들어내 상자형의 전시 공간들 속에서 다양한 공간 경험을 유도합니다.
미술관의 외관은 여러 방향에서 각각 주변과 어울려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조형적 덩어리로 존재합니다. 건물의 매스는 자연스럽게 그늘이 있는 쉼터를 만들고, 잔디 정원에서는 단단하게 선 수직면이 식재와 예술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구하우스 건축 이미지
벽면들을 감싸는 픽셀레이션 (pixelation) 방식으로 쌓인 벽돌들은 무수한 각도에서 평평함과 거친 표면을 만들어 빛의 방향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구하우스의 ‘하나이면서 여러가지인’ 특징을 한층 고조시킵니다.
한편,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야생화와 들풀, 수목으로 조성된 야외 정원은 ‘2021년 양평정원’으로 선정되어 아름다운 민간 정원으로 공식 등록되어 있습니다.

25th 기획전 구하우스가 '24년 컬렉팅한 신규 소장품전 < 소유 x 공유 > (출처 | 구하우스 미술관)
구하우스에서는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상설전과, 1월 8일부터 개최된 기획전 ≪소유 X 공유≫ 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꽤 크고 작품 수가 많아서 헷갈릴 수 있으니, 동선을 먼저 체크하시면 좋아요!
먼저 상설전은 본관 1층과 2층, 정원, 별관에서 펼쳐지는데요. 본관 1층은 Cloak Room / Lounge / Front Room / Corrido / Library / Jean Prouvé Room / Living Room 으로 나뉩니다. 여기(https://koohouse.org/448 )를 클릭해 본관 1층부터 순차적으로 각 공간에 해당하는 작품 설명과 함께 관람하실 수 있답니다!
서도호, <Gate-Small>, 2003, Silk, Stainless Steel, Tube, 211.5 × 100 × 326.5 cm
먼저 본관 1층에서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Front Room에 위치한 서도호 작가의 설치 작품이었습니다. 서도호 작가는 2024년 8월에서 11월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된 개인전으로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의 작품은 ‘이주’, ‘이동’, ‘유목’ 등의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어요. 자신이 유학하면서 자국과 외국을 왕래하며 느꼈던 문화적 차이를 작품화하는데요, 주로 ‘집’을 소재로 작업을 많이 합니다.
<Gate-Small>은 한국 전통 건축물의 문 형태를 반투명한 실크천으로 만든 것으로, 천장에서 내려오는 와이어 끝에 매달린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인해 더욱더 가벼워 보이는데요. 육중한 무게감으로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실제 문과는 달리 이 작품은 개념적으로 마치 옷을 접어 여행 가방에 넣고 다니듯 소지하거나 이동이 가능한 형태이죠. 자국과 타국 사이, 어디에도 뿌리 내릴 수 없이 이동에 익숙해져야 했던 작가 개인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Erwin Wurm, Big Disobedience, 2016, Aluminum, Paint, 200 × 101 × 101 cm / 206 × 105 × 110 cm
다음으로는 정원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에르빈 부름의 <Big Disobedience>입니다.
에르빈 부름(Erwin Wurm, 1954~)은 오스트리아의 예술가로 소비 지상주의, 비만, 이민과 같은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조각, 회화, 대형 설치 작품 등을 통해 다채롭게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그는 자동차나 집의 크기를 풍선을 불어넣은듯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Fat series'로 ‘비만’ 문제를 풍자하기도 하고, ‘1분 조각 One Minute Sculpture’ 시리즈를 통해 관람객이 직접 조각을 이루는 요소로 참여하게 하는 등, 옷이나 의자와 같은 일상 물건부터 자신의 신체와 관람객의 신체까지 모든 것들을 사용해 조각의 의미를 확장합니다.
그 중 구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신체가 없는 남성 정장이 마치 춤을 추는듯 역동적인 자세로 서 있는 모습입니다. ‘Big Disobedience’는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논문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요.
이 작품에서 ‘옷’이라는 소재는 인간의 ‘사회적인 행위’를 의미하게 됩니다. 딱딱하게 정장을 입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아닌, 거부하거나 피하는 듯한 움직임은 정책이나 규율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그 정당성에 적극적으로 의문을 가져볼 것을 제안하는 의미라고 해요. 이렇듯 해학적이며 비범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그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사회적 정치적 신념과 세태를 풍자하는 시선을 담아냅니다.
Maurizio Cattelan, The Wrong Gallery, 2005,
Wood, Brass, Steel, Aluminum, Resin, Plastic, Glass, Electric Lighting, 45 × 28 × 6 cm
2023년, 국내에서 ‘오픈런’을 만들어냈던 전시 중 하나였죠. 리움 미술관에서 개최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였습니다. 약 25만 명이 다녀갔던 해당 전시에서 단연코 가장 유명했던 것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로 불린 <코메디언(comedian)>이었습니다.
덕 테이프로 벽에 붙여진 바나나는 2019년 12월, 마이애미의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가장 처음 공개되었는데, 당시 한 프랑스 컬렉터에게 이미 12만 달러(한화 약 1억 4천만원)에 낙찰받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 아티스트였던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즉석에서 먹어버린 이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작품의 물리적 실체는 사라졌지만, 어짜피 바나나는 썩어 없어질 존재였기에 사실 구매자는 바나나 그 자체가 아닌 작품에 대한 정품 인증서를 제공받게 됩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갤러리 측은 다투나의 행위예술이 원작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죠. (심지어는 이 작품이 유명해지게 되자 갤러리 대표인 ‘엠마누엘 페로탕’이 직접 바나나를 먹어치우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텍스트를 클릭하시면, 게시물을 확인 가능합니다.)
아무튼, 해당 논란으로 인해 <코메디언(comedian)>은 뒤샹의 ‘샘(Fountain, 1919)'을 뒤이어 전통적인 예술계에 대한 도발이자 현대미술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유명이 유명을 낳는다고, 이 바나나의 실체가 (사실상 물리적 실체가 중요한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상륙한다고 하니 모두가 구름떼처럼 몰려간 것은 당연했겠죠.
이 바나나는 2023년 리움에서 전시되었을 당시에도 또다시 국내의 모 미술대학 학생에게 먹혀버렸고, 이후 2024년 11월 소더비 경매에서 트론(Tron) 창립자인 중국인 사업가 저스틴 선(Justin Sun)에게 620만 달러로 낙찰받으며 또 그 자리에서 먹히게 되면서 어쩌면 바나나로서의 원래 역할은 충실히 해내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렇듯, 논쟁 속 논쟁을 연달아 불러일으키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또다른 작품이 구하우스에도 있답니다. 바로 <The Wrong Gallery>(2005) !
2002년, 뉴욕 첼시 20번가에 생긴 THE WRONG GALLERY(잘못된 갤러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동료들과 설립하여 운영한 갤러리입니다. 갤러리명이 쓰여진 유리 문과 그 뒤 한 평 남짓의 공간과 벽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갤러리”였는데요.
사실 이 갤러리는 대개는 문이 잠겨져 열리지 않는 ‘잘못된 갤러리(Wrong gallery)’였습니다. 미술계의 상업적 행태에 대한 저항 정신을 표방하는 해프닝이었던 것이죠.
“현대미술의 뒷문(the back door to contemporary art)”이라고도 불리며 아트페어에도 참여하는 등 갤러리 안팎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도 했는데, 3년 후 갤러리가 속해 있던 건물이 매매되면서 폐관하였고 이후 영국 런던 테이트 미술관으로 유리 문을 옮겨 잠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이 갤러리 실물의 1/6 크기로 제작된 2500개의 The Wrong Gallery는 다양한 컬렉터들에게 소장되었고, 현재 그 중 한 점이 이 곳 구하우스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구하우스에 오신다면, 이 작은 갤러리의 문을 직접 열고, 또 이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직접 되어보는 상상을 통해 이 곳에서 어떤 전시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구하우스는 매주 목요일 14시에 정규 도슨트가 있습니다. 다만, 정각에 참여 인원이 많지 않은 경우 현장 상황에 따라 취소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하우스는 친절한 미술관으로 유명한 만큼, 각 소장품 옆에 작품 설명글이 있고 QR 코드를 통해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설명을 읽어볼 수 있으니, 도슨트 시간에 맞춰오지 않더라도 여유롭게 각자만의 시간에 맞게 관람해 볼 수 있어요!
아랑가
이함 캠퍼스
구하우스 근처,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아랑가’라는 한식집을 추천합니다. 또한 차로 30-40분 정도(31km) 떨어진 곳에는 ‘이함캠퍼스’ 미술관이 있는데요, 이 곳에서도 양질의 전시가 개최되니 양평에 가신 김에 함께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아랑가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고래산로 802-20)
• 이함 캠퍼스 (경기도 양평군 강남로 370-10)
지도 (출처 | 구하우스 홈페이지)
[주소]
구하우스 미술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 (문호리 779-5))
[관람시간]
3월 ~ 10월
• 수 ~ 금 13:00 – 17:00 (마지막 입장 시간 16:00)
• 토 ~ 일, 공휴일 10:30 – 18:00 (마지막 입장 시간 17:00)
11월 ~ 2월
• 수 ~ 금 13:00 – 17:00 (마지막 입장 시간 16:00)
• 토 ~ 일, 공휴일 10:30 – 17:00 (마지막 입장 시간 16:00)
휴관일
• 매주 월 - 화 (단, 공휴일인 경우는 개관)
• 매년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오시는 길]
[대중교통]
• 경의중앙선(용문, 지평행) 양수역
1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문호리 방향 버스 8-2~9(8-6제외) 탑승
서종파출소에서 하차, 철물점과 빵집 사이 골목으로 약 100미터 직진
[경의 중앙선 환승역]
1호선- 용산, 청량리, 회기
2호선- 왕십리, 홍대입구
3호선- 옥수, 대곡
4호선- 용산, 이촌
5호선- 왕십리
6호선- 공덕, 효창공원 앞
7호선- 상봉
공항철도- 공덕, 디지털 미디어시티, 홍대입구
경춘선- 상봉
분당선- 왕십리
[자가용]
• 고속도로 이용시,
서종 IC에서 서종.양서 방면으로 좌회전
3.5km 가량 직진 후 서종면사무소, 서종우체국 지나 좌회전
문호교 지나 오른쪽 첫번째 골목으로 약 100미터 직진
• 국도 이용시,
양수교차로에서 양수리 서종면 방면으로 우측도로 1.5km 이동
터미널 삼거리에서 서종 청평 방면으로 우회전 후 북한강로를 따라 6.8km 직진
문호삼거리에서 우측길로 접어들어 하나로마트, 서종파출소 지나 왼쪽 골목으로 약100미터 이동
[주차]
미술관 자체 주차장에 주차 가능 / 만차 시 공영 주차장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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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