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눈

2024-12-16

그라운드서울 전경(출처 | 그라운드서울)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그라운드서울’입니다. 
2012년 9월에 개관한 그라운드서울은 지하 4층, 지상 5층(총 9개층)의 대규모 문화공간으로, 한국 예술문화의 중심지인 서울 인사동에서 다양한 전시를 통해 대중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보다 창의적인 전시를 선도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전시뿐만 아니라 공연, 이벤트, 파티 등이 함께 열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다양한 즐길거리가 펼쳐지는 문화의 장입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 마리아 스바르보바 (Maria Svarbova)는 누굴까요?]

마리아 스바르보바 (Maria Svarbova)는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1989년생 사진작가입니다.

슬로바키아의 작은 마을인 ‘슬럽차니’에서 자란 스바르보바는 어린시절부터 줄곧 예술가를 꿈꿔왔지만, 사실 대학에서는 고고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던 중 3학년이 되었을 때, 여동생으로부터 DSLR 카메라를 선물 받으며 이를 작업 도구로 삼고, 삶의 목적까지 찾았다고 느꼈다고 해요. 결국 사진이야말로 자신이 최종적으로 추구해야 할 예술이었던 것이죠. 

그녀는 2014년부터 시작한 수영장 시리즈로 인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모국인 슬로바키아 전역의 다양한 장소를 기반으로 한 수영장의 깔끔하고 미니멀하며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은 국제 미술계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후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 언론 매체와 갤러리에 소개되었습니다.

스바르보바는 주로 초현실주의를 테마로 한 인물사진에 집중합니다. 단 한 번도 정규 미술 교육을 받거나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의 본능과 직관에 귀를 기울여 작업합니다. 그녀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과거 유년시절의 건축물과 공산주의 시절의 체코슬로바키아에요. 그 시대의 시각적 양상이 그녀의 미적 감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 인물들은 굉장히 경직되어있고, 딱딱하고, 무표정이면서 또 기묘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녀의 사진 속 인물들은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각자의 시선과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듭니다.

전시는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 공간인 '노스텔지아(Nostalgia)'에서는 그녀의 고향인 체코 슬로바키아가 공산주의 시대였을 때의 소품과 공간을 차용해 당대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리아가 태어났을 땐 공산주의가 종식된 1989년이었지만,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들었던 옛날 이야기와 일상에 아직도 잔존하는 공산주의적 요소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죠 이 섹션에서는 ‘병원’이나 ‘정육점’과 같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상황들을 경직된 인물의 자세와 표정 등으로 생경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End of Ordained Hours, 2014, Digital Photography


이 섹션에서 추천드릴 첫 번째 작품은 바로 ‘End of Ordained Hours(2014)‘에요.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간호사가 먼저 나가고 의사가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장면입니다. 관람자의 기준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등을 돌리고 있고, 표정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왠지 그들의 관계는 비밀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관람객은 그들의 관계에 대해 궁금함을 느끼지만 사진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기에 스스로 이야기를 유추하고 풀어나가게 되죠.

두 번째 섹션인 '퓨트로 레트로(Futuro Retro)'에서는 오래된 과거의 것과 새로운 것, 즉 ‘신구(新舊)’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놀라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마리아 스바르보바 작품 속 특징을 반영한 용어입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도 채택되기도 했죠. 

그녀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으로 관람자로 하여금 그녀의 작품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사진 한 장면에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여러 장소, 가구, 소품, 의상등을 활용한 철저한 미장센을 연출해서 현재와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적인 느낌까지 함께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스파르타키아다의 소녀들 Girls>, 2019, 40x60cm, Digital Photography


이 섹션에서 추천드릴 작품은 ‘스파르타키아다의 소녀들 (Girls)‘ (2019)입니다. 스파르타키아다(Spartakiad (Czechoslovakia))는 옛 소련의 국제 스포츠 행사인 ‘스파르타키아다(Spartakiada)’를 본따 만든, 1955년부터 1990년까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열린 대규모 체조 행사라고 해요. 원래 체코슬로바키아의 전통적인 체조 모임인 ’소콜(Sokol)’이 있었는데, 이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당 정부에 의해 금지되면서 대체하는 행사로서 스파르타키아드가 도입되었다고 하네요. 

체코슬로바키아의 체조 전통을 기반으로 했지만, 공산당 정권 하에서 사회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행사로 발전했습니다. 그 이름은 올림픽과 기원전 1세기 대노예 반란의 지도자였던 ‘스파르타쿠스’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그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조직에서 영웅적인 인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작품 속 소녀들은 배경인 수영장의 푸른 색감과는 대비되는 빨간 수영복을 입고 있습니다. 일렬로 서서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데, 마치 수영장 속에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해요. 키도 비슷하고, 체격도 체형도 얼굴까지도 비슷한 같은 또래의 소녀들이 무표정으로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게 어딘가 좀 무서워보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린 소녀’라고 했을 때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맑고 천진난만한 순수한 모습이 아닌, 마리아 스바르보바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소녀의 이미지인 것 같아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자란 작가는 여러 요소를 통해 공산주의적 분위기를 작품 속에서 느껴지도록 의도하고 있죠.


<적대감 Antagonism>, 2022, 120x90cm, Digital Photography


세 번째 섹션인 '커플(Couple)'은 남녀 간의 현실적인 감정 긴장된 분위기를 포착하여 현대적인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메리지 시리즈>에서는 결혼생활에서 부부가 해결해야하는 다양한 장애물을 묘사하고, <월 시리즈>에서는 평범한 브라티슬라바 노부부를 소재로 하고 있죠. 

이 섹션에서 추천할 작품은 <적대감(Antagonism)>(2022)입니다. 이 작품은 개인 간의 사회적 거리를 바탕으로 인간의 고립된 경험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사진 속 마주 보며 총을 겨누고 있는 남녀의 모습은 단순히 서로를 겨냥하는 커플의 모습이 아닌, 코로나 이후 현대인의 삶을 단절된 상황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2024년, 현재는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되어서 이런 사회적인 단절감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지만, 한창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되었던 2020년부터 작품이 제작되었을 2022년 당시만 해도 개인 사이 거리감이 여전했던 시기였죠.


<당신은 여자를 바꿀 수 없다(You Can't Change a Woman)>, 2014, 60x40cm, Digital Photography


이 섹션에서 추천드릴 두 번째 작품은, ‘당신은 여자를 바꿀 수 없다(You Can't Change a Woman)‘ (2014)입니다. 이 작품은 <더 메리지> 시리즈 중 하나인데요, 이 시리즈에서는 부부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무언가 여전히 긴장감이 맴도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 줍니다. 

땅에 누워있는 남성과 서있는 여성의 모습을 묘사한 <당신은 여성을 바꿀 수 없다〉는, 서로의 복잡성과 차이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를 사랑하고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묘사했다고 합니다. 왜 제 눈에는 고집을 부리는 듯 누워있는 남성의 모습이 아이의 모습으로, 그 앞에 선 여성은 얼른 집에 가자고 화를 내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보이는걸까요? 

앞서 말했듯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은 정답이 없습니다. 관람객은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만의 정답과 해석을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의 제목을 저만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다시 지어보겠습니다. 

“<나 이거 사줘!>”


네 번째 섹션, '더 스위밍 풀(The Swimming Pool)'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고, 잘 알려진 대표작 [스위밍 풀 시리즈]를 볼 수 있습니다. 마리아 스바르보바가 4년 동안 1930년대 슬로바키아에 지어진 13개의 수영장을 찾아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다고 합니다. 

그녀는 과거 사회주의를 배경으로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가 녹아든 슬로바키아의 대형 수영장 속 직선적인 라인, 아름다운 자연광에서 영감을 받으며 공산주의 시대의 건축물을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을 과감하게 활용하여 자신만의 창조적인 장면으로 변형시켰습니다.


신체 수영 (Body Swimming), 2016, 60x60cm, Digital Photography


이 섹션에서 추천드릴 작품은 ‘신체 수영 (Body Swimming)‘ (2016)입니다. 위에서 조금 자세히 상술했었던 ‘스파르타키아다’라는 체조 선수들의 몸 동작을 완벽한 대칭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 후보정을 통해서 같은 인물을 좌우대칭으로 복사한 것 같아요. 상하좌우가 똑같은 것이 사람의 형상이 아닌 어떠한 패턴처럼 보이기도 하고, 색감 보정을 강하게 해서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라 더 묘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섹션은 '로스트 인 더 밸리(Lost In The Valley)'입니다. [로스트 인 더 밸리 시리즈]는 마리아 스바르보바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제작한 프로젝트인데요, 이 시리즈에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촬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모든 의상을 슬로바키아에서 가지고 왔다는 것이죠. 

공산주의 시대 전통 의상을 통해 과거 미국과 체코슬로바키아 사이의 연관성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1960년대 후반 소련이 개혁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군사침공을 주도한 이후 많은 수의 체코슬로바키아 시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당 시리즈의 작품 속에서는 연한 파란색 셔츠와 밝은 빨간색 치마, 스카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푸트로 레트로 시리즈], [스위밍 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배경과 강하게 대조되면서 그녀 특유의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번 전시는 무료 오디오 가이드가 운영되며, 주말 11시/13시 두 차례 유료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유료 도슨트는 전시 예매 시 반드시 사전에 네이버 예매창을 통해 예약 구매를 해야합니다. 
티켓 제외 도슨트 프로그램만 개별 구매 시 +17,000원, 티켓과 도슨트 프로그램을 함께 구매 시 35,000원으로 예매하실 수 있습니다.

그라운드서울은 안국역 도보 10분 내외에 위치합니다. 근방에는 여러 갤러리들이 밀집한 지역이니  전시 관람 전후로 주변 갤러리들도 함께 돌아보시면서 전시 데이(Exhibition’s Day)를 가져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9길 26, 그라운드서울

[주차]

인사동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유료:800원/10분)

[대중교통]

지하철

 •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와서 인사동 입구 앞까지 50m 정도 직진

인사동 길 따라 쌈지길 앞까지 진입, 쌈지길 맞은편 인사동 11길 골목으로 30m 직진하면 인사동 홍보관 좌측 대형 유리 건물(약 10분 소요)

•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로 나와서 조계사 방향으로 직진 후 템플스테이 정보 센터 또는 아벤트리 호텔 앞 오른쪽 골목으로 진입, 인사동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앞 대형 유리 건물(약 10분 소요)

• 5호선 종로 3가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인사동 낙원 상가 방향으로 직진
인사동길 따라 오른쪽 안국역 방향으로 100m가량 이동, 쌈지길 맞은편 인사동 11길 골목으로 30m 진입하면 인사동 홍보관 좌측 대형 유리 건물(약 15분 소요)


에디터 박수현